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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내일 기자리포트 - 일본 인터넷은행에서 무엇을 배울까]

| 혁신 없는 ‘무점포 은행’ 전락 가능성

10개 인터넷 은행 이미 영업

대주주 배경 타깃마케팅 성공

중금리시장 개척 등 새로움 없어

등록 : 2019-06-14 12:01:23

일본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대주주인 세븐은행의 모바일 홈페이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제3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을 한 토스와 키움뱅크에 대해서 인가를 불허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상향시켜주면 혁신적인 금융이 생겨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처럼 했지만 정작 한곳도 선정이 안됐기 때문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가를 불허한 이유로 “토스뱅크는 지배구조의 적합성과 자금조달 능력 측면에서 부족했고,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이나 혁신의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결국 핵심은 ‘충분한 자금력’과 ‘파괴적 혁신성’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은행은 없었다”고 말을 할 정도의 혁신성이 빠지면 인터넷은행은 단순히 ‘지점과 은행원이 없는 새롭지 않은 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넷은행은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일본은 이미 10개에 달하는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부터 인터넷은행을 허가해 10개 은행의 총자산이 2018년 3월 말 현재, 20조9810억엔(226조5948억원), 전체 직원수는 5392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성장성 측면에서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자산이 2.2배 증가한 것을 비롯해, 당기순익익은 2.3배, 직원수도 1.9배로 늘어 비교적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의 기존 은행들이 총자산은 1.3배, 당기순이익 1.3배, 직원수 1.0배 늘어난 것에 비해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일본의 인터넷은행은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틈새시장을 공략한 타깃마케팅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주주의 기존 계열사와 제휴를 통한 영업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라쿠텐은행은 그룹내 온라인 쇼핑몰과 신용카드사 등과 연계해 영업을 하고, 세븐은행과 이온은행은 각각 편의점(세븐일레븐)과 쇼핑몰(이온몰)에 비치된 ATM 대여를 통해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인터넷은행이 출범 당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금융청이 2000년 8월 산업자본의 참여를 통해 기존의 은행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은행’으로서 인터넷은행을 출발시켰지만, 여전히 대주주의 그늘에서 기존 계열사가 가진 인적·물적 배경에 기초한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에 대해 “대주주 계열사와 협조로 차별화된 고객 및 비이자 수익기반을 확보했다”면서도 “혁신적인 핀테크를 선도해 기존 은행의 경쟁 및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틈새시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혁신성을 가지려면 크게 두가지에서 기존 은행과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우선 고객층이 달라야 합니다. 기존 은행은 비교적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은행은 고객 개개인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신용평가를 통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쉽고 간편한 은행업무가 가능해야 합니다. 핀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고객 서비스로 기존 은행을 넘어서야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비교적 쉽고 간편한 은행 이용이 가능해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기존 은행들도 막대한 자금력을 투자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게 해결되는 보다 쉽고 간편한 무기(?)를 속속 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지금까지 이런 은행은 없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강력한 혁신성을 장착한 은행의 출현이 기존 시장에 안주하는 은행권에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금융위와 민주당이 제3인터넷은행 불발 이후 ‘대주주 적격성의 추가적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혁신성이 없는 ‘지금까지 은행과 다름없는 ’인터넷은행의 출현으로 귀결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는 6월 7일자 e내일신문 기자리포트에 표출된 내용을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e내일신문(http://e.naeil.com)을 구독하거나 스마트폰의 구글 플레이 또는 앱스토어에서 내일신문을 검색한 후 ‘e내일신문’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종이신문에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인 ‘내일 기자리포트’를 볼 수 있습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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