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김진애 박사

신도시 조성계획에 쓴소리

3기 신도시 조성명분 약화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계획에 1·2기 신도시 주민 등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인사들도 3기 신도시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서울의 주택가격 안정화를 목표로 내세운 '3기 신도시'가 갈수록 명분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답변과정에서 "서울뿐 아니라 전국 인구가 조금씩 줄고 있는데 서울 인근에 신도시를 계속 짓는 것에 회의적"이라면서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주택문제 해법으로 "임기 중에 공공임대주택 40만채 가량을 공급하면 부동산 가격에 대한 통제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3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공급정책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힌 셈이다.

도시건축 전문가이자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진애 박사도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3기 신도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7일 EBS의 '질문 있는 특강쇼-빅뱅'에 출연한 김 박사는 "과거에는 신도시를 지으면 내 집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만족했지만 지금은 신도시를 지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양적문제, 집값문제만 고민해왔다면 이제는 삶의 질의 문제,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생활양식에 대해 정교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도심 구도심을 두고 자꾸 새로운 도시를 만들면 기존 도시들은 점점 활력이 없어진다"며 "도시재생 측면에서 기존 도시들을 가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박사는 1기 신도시인 군포 산본신도시를 설계한 도시건축분야 전문가다.

3기 신도시 조성에 반대하고 있는 '일산신도시연합회'측은 "김 박사의 말대로 지금은 새로 신도시를 짓기보다 기존 신도시의 교통 및 교육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도시재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산신도시연합회는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도면 유출 검찰조사 요구서'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회는 지난해 신도시 예정지로 도면이 유출된 것이 확인된 창릉지역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위와, 3기 신도시 도면유출 사건 이후 거래된 토지내역 등을 조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연합회는 오는 15일 오후 6시 30분 일산동구청 앞에서 3기 신도시 반대 제6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연말 1차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과천, 인천 계양에서 이달 26일과 다음달 12일 두 차례에 걸쳐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예정지역 주민들도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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