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6억7천만원 놓고 금융위·금감원 이견 … 금융위 요구대로 인지수사 못해

2015년 법개정 이후 추진돼온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이제 출범을 위한 '마지막 허들'을 앞두고 있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사범을 척결하기 위해 출범하는 금감원 특사경의 예산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막판 논의를 벌이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특사경 예산을 6억7000만원으로 책정하고 금융위에 요구했다.

수사지원시스템에 2억2000만원, 디지털포렌식 2억3000만원, 연수와 출장·수사활동비 등과 관련해 1억6000만원 등이다.

특사경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 조직과는 별도로 움직이는 만큼 금감원이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갖춘 시스템을 별도로 설치하고 거기에 디지털포렌식 장비까지 추가로 갖춰야 한다. 수사조직이라서 압수수색을 위한 차량과 함께 조사를 위해 부른 참고인에 대한 경비 등도 지급해야 한다.

특사경은 10명의 인원으로 출발하지만 서울남부지검에 파견 나간 5명의 직원까지 동원할 수 있어 최대 15명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6억7000만원은 수사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들어가는 필요최소한의 경비"라며 "과도한 액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예산을 결정하는 금융위도 예산의 규모를 문제 삼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예산을 어디에서 끌어올 것이냐는 것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장이 갈린다.

금융위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 자체 예비비에서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감원은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감원은 예비비의 경우 기존 업무수행에서 예산이 부족할 때 사용해야 할 자금이라서 새로운 업무인 특사경의 경비로 끌어다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수사조직을 갖춰놓고 출범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특사경이 하루빨리 출범해야 한다"며 "법 개정 이후 4년간 보류돼 왔는데 더 늦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예산 문제가 해결되면 이달 내에 특사경 조직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수사시스템과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 특사경이 자본시장범죄와 관련해 모든 사건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에서 '증권선물위원장이 선정해 검찰에 이첩하는 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검찰과의 논의 끝에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금감원이 13일 공개한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수정안'에 따르면 22조(수사의 개시)는 특별사법경찰관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중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당초 직무규칙 원안은 22조(수사대상 및 절차)에 특별사법경찰관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수정안에서 '인지수사권'을 뺀 것이다.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은 결국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이 결정해 검찰에 이첩한 사건을 의미한다. 금융위의 요구를 수정안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또한 특별사법경찰 조직의 명칭도 당초 '자본시장범죄수사단'에서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전담부서'로 변경됐다. 금융위는 산하 조직인 '자본시장조사단'과 명칭이 겹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수사단이라는 표현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이 출범하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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