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약세 따른 투자 약화 가능성 남아있어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에 대한 순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원화약세 등에 따른 채권투자 약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자금 유출 여부에 주목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권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국내 단기채권 재정거래 자금유입은 안정적이지만 환율투자에 해당하는 중장기자금의 유출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신흥국에서 투자자금 유출이 나타남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여부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20조원의 순투자를 기록하며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채권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채권금리 역전(-)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높았지만 금리재정거래 측면에서 투자자금이 크게 유입됐다.

올해도 연초 금리재정거래 기대수익이 크게 낮아지며 외국인 단기자금 이탈이 발생했으나, 이후 재정거래 기대수익 상승 등으로 외국인 채권자금은 다시 순유입되면서 다시 채권 순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크게 만기 1년 내외 영역의 금리재정거래, 만기 3년 내외영역의 환율투자, 만기 5년 이상 영역의 장기투자로 구분된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만기 2년 이하 영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 및 아시아 투자자금 유입이 주목된다. 지난달까지 유럽(+1.9조원)→기타(+1.5조원)→아시아(+1.1조원) 순서로 자금유입이 나타났다. 미주지역은 0.6조원 순투자를 기록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되고 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펀드자금 동향에서는 올해 전체적으로 주식투자 자금은 유출국면이 이어지고 채권시장으로 투자자금 유입이 나타났다"며 "지역별로는 선진국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신흥국은 전반적으로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전체 채권투자의 11% 가량을 차지하는 신흥국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가기로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외환시장 수급여건은 자금유출 압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시장의 원화약세는 국내 경기둔화를 반영한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이후 주식시장 약세와 함께 채권금리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경제는 20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기둔화와 저물가가 나타났고 국내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로 주식약세·채권강세·원화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 연구원은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한국 원화는 10%가량 고평가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향후 원화는 주요통화 대비 10%가량 절하(약세)가 예상된다.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둔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화도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통화정책에서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채권금리와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해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금융안정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오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원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며, 향후에도 외환시장에서의 원화약세 여부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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