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막말·이념지향 놓고 "오락가락 행보" … 통합 꾀하다 더 분열? "세모 아닌 분명한 입장 필요"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는 경쟁자였던 김진태 후보로부터 "지난 토론서 '탄핵을 부정하느냐'는 질문에 '세모'라고 말씀하셨다. 중차대한 사안에 세모라고 답변할 수 있나. 하루이틀새 항간에는 황 후보 별명이 '황세모'라는 말까지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탄핵 찬성세력과 반대세력 모두를 등지지 않기 위해 표현에 신중을 기했던 게 '황세모'라는 반갑지않은 별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황 대표가 정치입문을 한 뒤 반년이 다 됐지만 '황세모'라는 별명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대표 초기에는 강경보수와 친박에 편향된 듯 보이다가 최근들어 중도확장을 내걸고 좌향좌하자 친박과 비박, 보수와 중도 모두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발언하는 황교안 대표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당내서 속출했던 망언과 막말에 대한 사과와 징계를 놓고 한쪽에선 "입을 막았다"(친박·보수)고 비판하지만 다른쪽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비박·중도)라고 평가절하한다. 황 대표의 어정쩡한 통합행보가 통합은커녕 분열을 더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박근혜정부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출신인 황 대표는 친박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TV 토론회에서 김진태 후보로부터 '(박근혜 탄핵을 촉발시킨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개인적으로 그렇게 본다"고 답해 파장을 일으켰다. 탄핵을 부정하는 뉘앙스로 비쳤다. 대표가 된 이후에는 친박인사를 주요 당직에 포진시켰다.

대여투쟁 과정에서는 강경보수 발언을 쏟아냈다. "좌파독재" "김정은 대변인" "주사파정권" 등 표현을 통해 태극기세력의 신임을 얻으려 애썼다. 광화문 장외투쟁을 통해 태극기세력과 직접적 결합을 꾀했다.

그러다가 보수층이 어느정도 결집했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중도확장 전략을 내걸었다. 개그맨을 사회자로 섭외해 2040 토크콘서트를 여는가하면 육아파티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태블릿PC 조작 가능성 발언에 대해 "태블릿PC가 조작된 것처럼 비치는 발언을 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은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상진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6일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현역의원들이 (탄핵)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 현역의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을 겨냥한 물갈이 의지로 해석됐다.

망언 또는 막말에 대한 황 대표의 대응도 양쪽 모두에서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5.18 망언에 대해 당원권정지 3개월과 경고로 끝냈다. 세월호 막말에 대해서도 당원권정지와 경고로 끝냈다. 한선교 정용기 민경욱 의원 등 주요 당직자의 막말 논란에 대해선 징계나 인사책임 없이 넘어갔다.

이를 놓고 강경보수쪽에서는 "야당은 입이 무기, 여당은 돈이 무기인데 야당 대표가 입단속에 열중한다"(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반발이 나왔고, 중도쪽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로 막말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막말을 겨냥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참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강경보수의 반발이 이어지자 "막말이라고 하는 그 말이 막말"이라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황 대표의 '세모행보'는 친박과 강경보수, 비박과 중도 양쪽 모두에서 비판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당 탈당을 선언한 홍문종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어느 쪽이 옳았냐를 결정해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더이상 어정쩡하게는 못갈 것"이라며 "황 대표는 외연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표)을 잡으려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태 의원은 "황 대표가 태블릿 PC 1심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소속 의원들의 막말 논란에 대해서도 너무 자주 사과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도와 비박에서는 "탄핵 반대세력과 명확히 절연해야 한다" "탄핵 책임을 물어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당직자는 16일 "보수가 살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을 정리하고 새 보수로 거듭 나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막말을 쏟아낸 당직자에 대해 인사책임을 물어야한다"며 "황 대표가 '잘못된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두려워 막말 당직자를 그냥 놔두는 것은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가 탄핵과 막말, 이념지향에 대해 '세모'가 아닌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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