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경제청문회는 도저히 받을 수 없어"

나경원 "부담되면 형식구애 받지 말자" 물러서

바른미래, 국회소집 의총 … 한국당 의총에 향배

국회정상화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주말이 지나도록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국회 소집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한국당이 당초 요구보다 강도를 낮춘 제안을 내놓아 막판 타결 여부가 주목된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 수석부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새롭게 제안할 카드가 없다"며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합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앞서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국회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쟁점이었던 선거제 개혁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검경수사권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법안 처리와 관련한 합의문구에는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지만 '경제청문회' 개최 여부를 두고 입장 차이가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청문회 개최는 당초 협상 안건이 아니었으나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정상화의 요구조건으로 들고 나왔다. 16일에는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추경심사에 앞서 경제청문회를 통해 경제위기의 원인을 짚어야 한다"며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와 정부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경제청문회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수석 부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는데 한국당이 갑자기 경제청문회를 들고 나왔다"며 "이는 정쟁을 하자는 것으로 민주당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강경한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며 "더 이상 국회 방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요구는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경제청문회는 사실상 민주당 자존심을 내놓으라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전날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여당에게 청문회가 부담스러우면 형식에 구애받지 말자고 제안해 본다"고 밝혔다. '선 청문회 후 추경심사'를 강력히 요구했던 전날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무턱대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은 안 된다"며 각을 세우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회 관련 언급은 피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정상화 협상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협상을 조금 더 진행해야 될 것 같다"며 "완전히 결렬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의총 결과에 따라 국회정상화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의원들이 강경모드를 유지하면 한국당을 제외한 채 여야 4당이 국회 소집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이날 오후 국회소집을 위한 의총을 소집해놓은 상태다.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제청문회 개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바른미래당 의총 전까지 한국당이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백기투항 할 수 없다는 의원과 국회에 들어가 싸워야 한다는 의원들이 엇비슷하다"고 전했다.

구본홍 이재걸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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