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공동창업, 세척 가능한 가습기 개발

IoT 플랫폼 본격진출 … '동탑훈장' 수상

인천 출신 3명이 뭉쳤다. 2014년 인하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했다. 300만원씩 모은 900만원으로 출발했다.

첫제품은 가습기였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고이후 침체된 시장은 기회가 됐다. 회사설립 첫해 매출 26억원을 달성했다. 2018년엔 205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놀라운 성장세다.
서동진 미로 대표가 지난 10일 인천 송도 사무실에서 부유식가습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소형가전 스타트업 '미로'(miro)의 창업기다. 기존 가습기는 내부 세균번식, 환경호르몬 발생, 화상위험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가습구가 고정형 구조여서 물이 닿는 모든 부분에 세척이 불가능했다.

미로 제품은 '부유식가습기'다. 말 그대로 물위에 띄워 사용한다. 가습기와 수조가 분리돼 있는 구조이다.

모든 부품을 간단히 분해해 세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척을 위해 별도의 약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믿음을 주기 위해 가습기 소재에 대해서도 유아용 식기와 같은 기준의 유해성분 검출검사를 받았다.

미로가 부유식가습기를 내놓자 우려가 컸다. 당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가습기 구매를 꺼리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세척'이 가능하다는 게 확인되자 인기를 끌었다. 대당 15만원 가량으로 기존 가습기보다 많게는 4∼5배 비쌌지만 구매는 이어졌다. 지금까지 1년에 평균 25만대가 팔렸다.

미로의 부유식가습기는 미로 창업자인 서동진 대표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당시 두살배기 딸을 위해 새로운 가습기를 고안하면서 시작됐다. 수년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했다.

미로의 부유식가습기는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2013년 서울국제발명대전 2관왕, 2014 대한민국 특허발명대전 금상, 2015 특허기술상 디자인부문 정약용상, 시카고 국제가정용품박람회(IHA) 대상, 2018년 독일 IF 디자인어워드 수상 등을 거머쥐었다. 서 대표는 5월 개최된 제54회 발명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지난 10일 인천 송도 사무실에서 만난 서동진 대표는 성공비결로 '동업'을 꼽았다. 그는 "실력있고 믿을 수 있는 동업자가 있었기에 지금의 미로가 있다"고 강조했다. 1인 오너경영이 주류인 한국사회에서 '동업'은 이단아적 발상이다.

미로는 인하대 벤처기업관에 입주한 노바레보(대표 서동진), 지니바이오(대표 김민석), 케이피씨(대표 오용주) 등 3사가 뭉쳐 설립됐다. 3명이 공동대표로 등록했고, 지분도 1/3씩 보유하고 있다. 연구개발은 서 대표가 맡고, 김 대표는 마케팅, 오 대표는 생산과 경영을 담당한다.

이들은 대다수 초기 창업자처럼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절감해야 했다. 그러던 중 서 대표가 공동창업을 제안했다.

서 대표는 "제품개발과 제작, 판매 등 각자의 전문분야를 분담하니 시너지가 컸다"고 말했다.

부유식가습기 성공으로 회사는 초고속 성장했다. 정직원수도 55명에 달하는 소형가전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창업초기 시련도 있었다.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한 제품이 반품되는 일이 발생했다. 석회질 성분이 많은 현지 물을 쓰면서 고장난 것이다. 미로는 미래를 위해 반품을 모두 받아 줬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술력이 한단계 높아졌다. 석회질 성분의 응고현상을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2016년에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위탁생산 공장에서 불이나 10억원이 넘는 제품이 소각돼 막대한 손실을 봤다.

"공동대표 3명이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며 밤을 새워 비상대책을 세웠기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서 대표는 '동업'의 힘을 강조했다.

미로는 전체 직원의 절반인 28명이 개발인력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13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가습기와 마찬가지로 '완벽세척이 가능한' 공기청정기 선풍기 물걸레진공청소기 등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IoT(사물인터넷) 플랫폼 분야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기술력은 상당히 축적한 상태다. 현재 다양한 인공지능(AI) 플랫폼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일부제품에 적용해 음성원격제어가 가능하다. 가전제품을 통신포트만 있으면 어떤 loT플랫폼에도 연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디자인·실용성이 뛰어난 필립스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다이슨을 합친 글로벌 가전기업의 꿈을 이룰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동업의 힘'으로 미래를 일구는 서 대표와 미로의 앞날이 기대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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