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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인터뷰│박진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반드시 농민을 농정의 주체로 세우겠다"

농민 스스로 농업미래 책임져야 … '앞에서 끌 테니 뒤에서 따르라'는 방식으론 안돼

등록 : 2019-07-11 17:17:51

문재인 대통령은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며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를 공약했다. 농어업계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집권 3년차를 앞둔 올해 4월 말 겨우 출범했다.

집권 초기 고공행진하던 정부 지지도는 꺾였고, 늦깎이로 태어난 농특위에 대한 농어업계의 기대도 반신반의 상태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의 고민도 깊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농민을 농정의 주체로 세우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농특위가 개혁안을 제시하고 농민에게 이를 따르라는 식으로 운영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농민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표정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농민을 농정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한 시간 내내 이어졌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농특위원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박진도 위원장│1952년 강원도 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동경대 경제학 박사. 충남대 경상대 교수,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장, 한국사회경제학회장, 한국농업정책학회장, 충남발전연구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지역재단 이사장 등 역임. 현 국민총행복 전환포럼 이사장

■농민들은 문재인정부도 농업을 무시하고 있다고 느낀다는데, 동의하나.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정의 컨트롤타워인 농업담당 장관, 청와대 비서관,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 다 나갔는데 몇 개월째 공석 상태로 있었다. 초유의 사태였다. 농민들은 청와대가 방치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농업이 무시당한다고 느낀 농민들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 지지했다.

대통령 직속 농특위는 대통령 농정부문 1호 공약이었는데 취임 이후 언급되지 않다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올해 4월 말에야 겨우 설립됐다. 청와대 의지가 있었다면 2017년 만들어졌을텐데 정부 출범 3년차에 들어서기 직전에야 겨우 출범했다.

■정부는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꾼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가.

농특위는 여러 부처가 협의해 대통령의 농어업·농어촌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이다. 대통령이 농특위를 만들겠다고 할 때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고 했다. 정부 농업정책의 이념·목표·대상·추진체계 등을 싹 바꾸는 것이다. 효율과 경쟁력을 강조한 '생산주의 농정'으로 농업 농촌 농민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으니 이를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농업이 갖고 있는 역할, 농촌이 갖고 있는 본래 기능을 살려내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농정을 챙기고 직속기구를 두겠다고 했다. 생산주의 농정에는 '농산물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업생산성과 효율을 높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과 판단'이 담겼었다. 30년 가까이 해보니 한계가 드러났다는 게 대통령의 이야기였다.

■생산주의 농정이 한계에 부닥쳤다면,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앞으로 농정은 농업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과 미래세대까지 포함해야 한다. 농업·농촌의 역할과 본래 기능은 경제뿐 아니라 공익가치와 사회·문화·환경·생태 등 다원적 측면을 담고 있다. 생산주의 농정은 경제적 기능 중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만 한정해 초점을 뒀다. 경제적 기능만 해도 가공 유통 등 많은 부문이 있지 않나. 농업·농촌기능을 굉장히 축소했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자. 농촌일자리가 농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농촌관광도 있고 가공사업도 있다.

유통도 신경 쓰지 않는 사이 대기업에 다 빼앗겼다. 사회적 농업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데, 그 안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농업 농촌에 환경적 기능이 없으면 다른 산업과 차별성도 없다. 그동안 생산성 중심으로 오다보니 환경도 많이 훼손됐다.

농정 틀의 변화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쉼터 삶터 일터로서 농업 농촌의 기능을 살리고,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농정으로 바꿔가야 한다. 미래세대까지 염두에 두고 다원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열린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틀의 변화는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정책은 예산과 제도다. 대통령이 지난해 국회연설에서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해가겠다고 했다. 공익형 직불제를 농정전환의 중요한 방안으로 삼는 것이다. 생산주의 농정에서 보조금이 중요했다. 농기계나 자재를 구입하고 시설을 설치할 때 지급했다. 그러한 돈을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농업예산을 늘리는 게 가능한가.

현재 예산 범위와 구조 안에서 공익형 직불제 예산항목을 늘리는 것은 틀 전환이 아니다. 윗 돌 빼서 아랫 돌 괴는 식이니까.

하지만 농업예산을 늘릴 가능성이 있을까. 국민들 관심이 없으니 어렵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산주의 농정의 결과물이다. 축사를 짓고 엄청난 규모의 유리온실을 지었지만 악취가 나고 농촌경관과 환경을 해친 것 아니냐고 국민이 생각하면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생산주의 농정에 투입되던 예산을 새로운 농정으로 전환하는 게 공익형 직불이다. 농가소득 일부를 정부에서 직접 건네주는 '직불금'은 현재 농업예산의 10~15% 정도 수준이다. 지난해 1조8000억원 규모였다.

이를 식량안보 생태보전 경관 문화 동물복지 지역사회유지 등 공익형 가치 생산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게 공익형 직불제다. 공익형 직불제 예산 비중을 장기적으로 30~50%로 늘려가야 한다.

■당장 예산이 늘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우선 농업 예산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 모두를 위한 농정으로 바꾸겠다고 국민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일이 돼야 국민적 관심이 생긴다. 농특위는 예산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농업에 예산을 더 배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농특위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내년도 농업예산이 삭감된다면 이는 농특위로서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당연히 농민 참여가 중요하다. 농민들이 환경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생산해야 공익형 직불금을 지급한다. 안 지켜도 주는 게 아니다. 공익적 가치 생산은 지역과 농업현장에서 이뤄진다.

지방분권과 농민참여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유리온실 할 사람 모여라 해서 돈을 나눠줬는데, 이젠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의무를 지킨 사람에게 준다.

■이런 변화, 농업계 내부에서 동의할까.

"지금까지 받던 보조금을 정책이 바뀌었다고 안 줘? 이게 뭐야"라고 할 수 있다. 쌀직불금이 대농에게 몰리는 폐단이 있어 '대농은 좀 덜 받고 소농은 좀 더 받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하니까 "언제는 규모를 키우라고 하더니 이제와서 규모가 크다고 차별하냐"고 반발한다. 공익형 직불금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할 토양·수질 관리, 농약규정 준수 등의 의무도 귀찮아 할 수 있다. "그동안 안 그러더니 돈 몇 푼 주면서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고 항의할 수 있다. 나는 농민의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충남발전연구원장할 때 이미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엔 농민에게 철저히 맡길 생각이다. 농특위가 안을 내놓고 "따르시오" 하는 식으로는 절대 안한다. 농민이 농정의 주체로서, 스스로 농업의 미래를 생각해서 결정토록 하겠다. 그렇게 안 하겠다면 하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억지로 할 수는 없다.

■농민 스스로 하는 방식으로 될까.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농민은 정부 농업정책의 대상이었지 주체가 아니었다. 농특위는 농민을 농정의 주체로 반드시 세우겠다. 안 하겠다? 그럼 못 한다. 나도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칠십 평생 살면서 배운 한 가지는 '억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일을 3개 분과에 맡겼다. 농어업분과는 농민단체 회장을 분과위원장으로 모셨고, 팀장도 농민단체 출신을 채용했다. 스스로 해야 한다. 농민과 농민단체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못 하는 것이다. 나는 농민단체를 개별적으로 만나 "당신들이 책임지라"고 할 것이다. 나는 무대만 마련할 것이다. 농특위에 일반 시민단체도 많이 참여시켰다. 농업계 밖에서 농정을 지지하게 해야 바뀐다.

■공익형 직불 예산, 당장 마련해야 하지 않나.

내년 예산은 농특위가 어찌할 수 없다. 우리가 4월 말 출범했지만 해야할 일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식당으로 비유하면 임시 개점한 상태다. 집기 넣고 종업원 모집하는 중이다. 메뉴도 마련하지 못했다. 우리는 2021년 예산에 대해 말할 것이다. 현행 직불제가 공익형 직불제로 바뀌면 쌀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목표가격도 없어진다. 농업예산 구조가 바뀌게 된다.

■농업은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지속가능한 것 아닌가.

맞다. 경제적 기능의 핵심은 시장에서 발현된다. 여기에 더해서 다원적 기능이 있다. 나는 '공공재'라고 하지 않고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사고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관광도 시장에서 기본적 가치가 실현된다. 공익적 가치는 시장에서 보상되지 않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게 공익형 직불이다.

그러나 공익형 직불만으로 해결한다는 게 아니다. 기본은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고,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시장은 추상적이지 않다. 구체적이다. 국민의 요구를 잘 충족시켜야 한다. 경쟁력 중심으로 보면 국민의 요구는 가격중심이다. 국제경쟁의 기본도 가격경쟁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값싼 것만 원하는 건 아니다. 값싸다고 중국산 김치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이 농업과 농촌에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그 수요에 대응하는 게 시장논리다. 그것은 다양하고 변한다.

■농특위는 내부에 세 개의 특위를 운영한다. 그중 남북농업특위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린 이후도 준비하나.

준비해야 한다. 전반적 흐름을 볼 때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제재도 풀려갈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남북간에 쉽게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산림 농업 수산 등이다. 경험으로 검증됐다. 통일농수산사업단 등 여기저기서 준비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중심이 없으니 잘 안 모아지는 상황인데, 농특위가 그런 장을 만들면 모여서 제대로 해보겠다고들 한다. 그렇게 맡길 생각이다.

■바른농협특위는 무슨 일을 하나.

농협은 큰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 잘 써야 한다. 2012년 개편된 농협중앙회 구조를 다시 바꾸려 하면 어렵겠지만 개편 방향은 말하려 한다. 방향성이니까. 지역농협 입장에서 중앙회가 어떤 식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구상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구조에서도 이사회가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도시농협은 농업인을 조합원으로 한 조직으로 보기 어렵지만 농업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합원 문제나 선거제도 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가려운 곳부터 시작하려 한다. 농협개혁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지역조합장들이 있다. 그들이 중심에 서고 전문가 활동가들을 포괄해 바른농협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농협을 개혁하려는 지역조합장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역대 정권의 농특위와 어떤 차이가 있나.

김대중정부 때는 농어업특별대책위였다. 농산물 시장개방과 외환위기 속에서 대책을 만드는 게 주 임무였다. 역대 농특위는 현안과 대책을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그런 업무를 하는 행정부처와 차별성이 크지 않았고 존재감도 약했다. 이번엔 농정 틀을 바꾸는 게 임무니까 전혀 다르다. 명칭도 국민행복농정위원회로 하자고 했다. 국민 모두를 위한 행복농정을 하자는 취지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옛날 관성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역할은 전혀 다르다. 양파값 폭락 대책을 농특위에 세우라고 하면 안된다. 하지만 서운하고 답답한 게 있으면 농특위에 와서 말하라고 하겠다. 우리가 전달하겠다. 농민이 농특위 역할을 이해하고 스스로 역할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임무다.

■농특위는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나.

농특위법을 보면 위원이 30명인데,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무조정실 등 5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이다.

또 민간위원 24명과 위원장이 포함된다. 그 중 절반이 농업인단체 대표이고 절반은 전문가다. 부처 장관 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빠졌는데 포함돼야 한다. 농촌은 지역이니까. 소비자·시민단체도 들어와야 한다. 농특위가 농어민만을 위한 곳이 아닌데도 굉장히 편중돼 있다. 내가 전문가 영역에 소비자단체를 억지로 포함시켰다.

운영도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대부분 위원회가 공무원이 만든 서류를 민간위원이 보고 '맞다' '틀리다'를 논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농특위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서류도 민간인이 작성한다. 사무국장이 중요하다.

정부는 공무원 사무국장을 주장했다. 그래야 1급직 자리가 하나 생긴다. 하지만 나는 민간 전문가가 위원회를 총괄해야 하기에 민간 사무국장을 주장했다. 그랬더니 공무원들이 사무국장을 비상근으로 만들었다. 위원장이 무능해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나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비상근이라니. 이를 상근으로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당연직 위원인 장관들은 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던데

시행세칙으로 차관이 대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차관 참석도 쉽지 않다고 하더라. 차관 또는 고위공무원이 대리할 수 있다고 하면 1급 수준에서 올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은 1급이 하니까 그 정도면 된다. 부처와 협력이 잘 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내부 직원들과도 농특위 일과 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사무국장 리더십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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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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