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전국 최초 특수학교 학생 대상 생존수영 교육

헌법 31조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누구나 누릴 수 있어

"장애학생도 생존수영이 가능해요? 아이가 바다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올 여름방학에는 아이 소원을 꼭 들어줄 수 있겠네요." 지난달 28일 충북 충주 숭덕학교(지체장애 특수학교) 운동장에 설치한 '찾아가는 생존수영장(이동식)'으로 장애학생을 태운 차량이 들어왔다. 아이들 생존수영 교육과정을 지켜본 학부모 최 모씨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물에 적응하며 즐거워했고, 최씨도 환하게 웃었다.

충북 장애인 학교인 숭덕학교 운동장에 설치한 이동식 수영장(찾아가는 생존수영)에서 장애인 학생 대상 생존수영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찾아가는 생존수영은 수영장이 없는 농산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식 수영장을 설치해 교육을 하고 있다.


숭덕학교는 지체장애 학생 117명이 다니는 규모가 큰 학교다. 이중 생존수영 교육대상인 초등학생은 40명. 5일 동안 교직원과 자원봉사자, 학생 40명이 생존수영 교육을 마쳤다.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생존수영 교육은 전국 최초다. 특수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가르치는 일은 일반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강사는 1:1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특수학교 교사가 참여한다. 아이들과 충분한 소통을 위해서다.

장애학생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물에 적응훈련을 받았다. 스스로 물에 뜨겠다는 집념은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더 강했다. "쌤~ 몸이 자꾸 물에 가라앉아요." "심호흡을 한 후 온 몸의 힘을 빼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봐." 몸이 물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 물에 뜨네요? 혼자 해볼게요." 생존수영 강사와 몸이 장애 학생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물에 대해 친숙함을 익힌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벗었다. 속도를 내야 하는 영법수영이 아니기 때문에 열정만 있으면 가능했다. 팔다리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시각, 청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물속에서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니었다. 놀이처럼 운영한 생존교육에 아이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이 물에 몸을 맡기자, 몸은 서서히 물위에 떠올랐다. 아이들 얼굴에 자신감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론수업


선종석 숭덕학교 교장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일반 수영장을 이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학교 안에 설치한 조립식 수영장은 남 눈치볼일도 없고, 무엇보다 1:1 교육으로 효과성이 높은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휴가를 내고 생존수영 봉사활동에 참여한 고광진(경기 성남 혜은학교) 교사는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것 말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장애학생들도 강과 바다에서 일반 아이들과 함께 수영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장애학생을 위한 생존수영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이 수영장을 찾거나 생존수영 교육에 참여하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스스로 물에 뜰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교육은 진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생존수영에 대한 개념정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수영이라는 단어 때문에 영법수영을 앞세우기도 한다. 따라서 생존수영이라는 이름을 '생존훈련(스스로 구조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학부모나 시도교육청(교육감), 학교간부들 역시 생존수영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년 10시간을 생존수영 교육과정으로 편성했지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수준이다.

청주맹학교 구창현 교사


올해 전국 최초로 장애학생 생존수영을 기획한 장동립 (사)대한문화체육교육협회장은 "기반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한 농산어촌지역 학생들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헌법 제31조 제1항에 명시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장애학생과 농산어촌 학생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매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찾아가는 생존수영교실'을 학생 눈높이에 맞춰 시설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장애학교 대상 생존수영 교육은 충북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일반 학교를 비롯한 숭덕학교와 청주맹학교 학생들에게 생존수영에 대한 균등한 기회제공, 물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특수학교는 177개로, 학생 수는 2만6084명에 달한다. 이중 생존수영 교육 대상자는 7751명이다. 충북의 경우 353명(초등)이 지체장애나 시각, 청각 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이다.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실.


교육부는 수영장이 없거나 부족한 농산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생존수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포용교육 차원의 기회균등과, 실행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충북지역에는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학교가 10개(1264명)다.

홍민식 충북 부교육감은 "수영장 시설이 없는 농산촌의 작은 학교와 수영장 이용이 어려운 특수학교들을 중심으로, 이동식 수영장을 통해 생존수영교육과 안전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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