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 ‘양자협의’

일본 ‘운영조치 설명’

입장 달라, 논란 예상

해결책 도출 어려워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일 양국정부는 12일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일본 도쿄에서 공식적인 만남을 갖는다.

하지만 이 만남에 대한 양국정부 시각은 다르다. 한국은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련 양자협의’라 규정하지만, 일본은 ‘대한국 수출관리 운영조치 설명’이라 칭한다. 따라서 이 만남을 통해 당장 해결책이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의 한 전직 고위관료는 “일본은 한국기업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정부의 대응방안을 봐가며 2단계, 3단계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계략에 끌려다니지 말고, 당당히 맞서되, 단기·중장기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출규제에선 빠졌지만 불화아르곤(ArF) 레지스트와 CIS용 컬러 레지스트 등은 일본산 제품 수입이 중단되면 우리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면서 “하지만 이 소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일본에 재수출하기 때문에 일본에도 손해”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의 약점을 알지만 자국 또는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2018년 일본에서 반도체 장비 62억달러, 반도체 완성품 및 부품 45억달러(불산 등 소재 제외)를 수입해 전 세계에 1267억달러의 반도체를 수출했다. 대일본 반도체 수출은 12억3800만달러였다.

다만 현재 우리기업이 보유한 반도체 소재 재고물량과 일본의 바뀐 수출허가 시기에 갭(gap)이 발생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내공장 증설과 수입다변화 조기 실현을 위해 정부가 두팔을 걷어 부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들이 알아서 대책을 강구하기만 지켜볼게 아니라 일본제품 대체지역으로 꼽히는 대만 중국 등과 외교·경제적 협력을 통해 조기계약 성사를 지원하고, 수입허가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관계자는 “일본의 화이트국가 지정에서 제외돼 있는 중국은 지난해 일본으로 1468달러(173조원)를 수출했다”면서 “기업들의 어려움 해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사실 최악의 경우도 대비하지 않을 수없다. 이번 기회를 산업생태계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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