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정치신인 … 총장·부총장 전국선거 경험 없어

사무처 '선거베테랑' 대거 인사조치 … 전략 부재 상황

설화·추인 불발에 '박순자 버티기'까지 리더십 '흔들'

자유한국당의 명운이 걸린 21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한국당을 이끄는 리더십은 '선거 초짜'에 가깝다.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이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략 없이 대여투쟁에 나서다보니 좌충우돌을 반복하고, 이와중에 중진의원들은 지도부 말도 무시하고 자리다툼에 매진한다. 한국당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2.27 전당대회를 통해 전직 총리에서 제1야당 대표로 단숨에 변신했지만, 어쨌든 정치와 선거에는 신인이다. 본인이든 남의 선거든 치러본 경험이 없다. 본인의 경험에 한계가 있으면 참모들을 통해 보완해야하지만, 참모들조차 비슷한 처지다.

최고위 들어서는 황교안-나경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박맹우 사무총장은 3선 울산시장을 지냈고, 두차례 짧게 사무총장을 거쳤지만 전국선거를 진두지휘해본 적은 없다.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공무원 출신 초선의원이다. 본인 지역구 선거를 한 번 치러봤을 뿐이다. 전략기획보다는 페이퍼웍(문서작업)에 강하다는 평이다.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게될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2016년 관악갑 당협위원장이 된 변호사 출신이다. 이헌승 대표 비서실장도 비슷한 처지다.

그나마 전국선거 경험이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내년 총선에서 본인 선거에 전력해야할 처지다. 민주당이 표적공천을 예고한만큼 나 원내대표가 당 총선전략과 지원에 힘을 배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 와중에 한국당은 10일 단행된 사무처 인사에서 전국선거 경험이 풍부해 '선거 베테랑'으로 불리는 당직자들을 선거와 무관한 자리로 대거 발령냈다. 사실 여부가 불명확한 당내 불화설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풍부한 선거경험과 우수한 전략기획 능력으로 전국선거를 주도할 적임자로 꼽히던 당직자들마저 보직이동시키면서 "대체 선거는 누가 치를거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 경험과 전략 부재의 리더십이 당을 이끌면서 벌써부터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황 대표는 잇단 설화로 황 대표의 강점이던 '안정감'을 적잖게 깎아먹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 불발'로 생채기가 났다.

지도부는 비박 이진복 대신 친박 박맹우를 사무총장에 앉히고, 비박 황영철 대신 친박 김재원을 신임 예결위원장으로 선택하더니 비박 김세연까지 여의도연구원장에서 내몰려다가 포기했다. 리더십이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자 최대계파(친박)에 안주하는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리더십 균열은 '박순자 버티기'에서 더 커지는 모습이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설득에 이어 윤리위 징계라는 압박카드까지 꺼냈지만 박순자 국회 국토위원장은 "못나간다"며 버티고 있다. 지도부 리더십이 내부의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야권 인사는 10일 "당이 전략도, 리더십도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며 "현안에만 매몰되는데다, 여권에 악재가 터져도 이를 우리쪽에 유리하게 끌고갈 중장기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서 총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는 '사람이 없다'는 핑계만 대지말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참모를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 베테랑'으로 꾸린 총선기획단을 조기출범시켜 전략과 공천을 일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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