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2019년 5월 통계청은 2018년 가구당 농가소득을 발표했다. 농가소득은 10년이상 3000만원대 수준에서 정체되다가 2018년 4207만원으로 전년보다 10% 수준 증가했다. 농가소득의 핵심인 쌀 채소 축산 등으로부터의 가구당 농업소득은 1995년 1000만원을 돌파한 후 20여 년간 그 수준에서 정체되었으나 2018년에는 1292만원으로 29%나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농업소득의 증가원인으로 쌀가격이 크게 상승하였고, 가축질병이 대폭 줄었으며 농협이 사료나 농약가격 인하 등 농업경영비를 줄이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농업기술발전으로 생산 증가하면 가격 하락해 소득 줄어

그런데 농가판매가격지수를 농가구입가격지수로 나눈 농가교역조건지수는 2018년 105.8로 전년보다 0.7% 감소하였음에도 농업소득은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2018년 농업소득의 대폭 증가는 농산물가격의 상승이나 농자재가격의 인하만으로 설명이 어렵고 농가소득조사의 표본개편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2017년까지 20여 년간의 가구당 농업소득은 1047만원에서 1007만원으로 오히려 4% 감소(2018년까지 포함하더라도 증가율은 23%)한 반면 동기간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은 88%에 달했다. 따라서 2017년까지 지난 20여 년간 실질농업소득은 2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수차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농가소득의 핵심인 농업소득이 지난 20여년간 정체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을 규명하면 처방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농업기술발전으로 농산물 생산이 증가하면 농산물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농가의 농업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쳇바퀴함정(treadmill trap)에 빠진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변동에 대한 수요탄력계수를 분석한 결과, 주요 농산물의 탄력계수가 비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탄력적이라는 의미는 가격의 변동률보다 소비량의 변동률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평균수요탄력계수가 -0.5 수준이었는데 이 의미는 생산이 증가하여 농산물가격이 10% 하락해도 소비량 증가는 5%에 불과하여 농업수입(가격x소비량)은 오히려 5%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농업은 농업기술발전→ 생산량 증가→ 농산물가격 하락→ 소비량증가 정체→농업수입 감소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특히 한국은 농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농업생산성은 크게 높아지는 데 비하여 인구증가는 정체되고 국민소득의 증가로 농산물의 소비는 가격에 점점 비탄력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의 가계지출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2.1%였으나 20여년이 지난 2017년에는 6.5%에 불과하다.

이러한 농산물가격의 하락과 농업소득의 감소에 대한 구조적인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쳇바퀴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첫째, 농업수입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투입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공동·협업 농업, 규모 확대, 스마트팜 등의 대책이 있다.

둘째, 생산을 줄여 가격이 높아지면 농업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품목별 전국조직의 생산조정, 친환경농법, 휴경이나 타작물 재배 등의 생산조정방안이 있다. 실제 쌀생산조정으로 2018년 쌀생산이 2.6% 감소했는데 수확기 쌀가격은 26%나 급등하여 쌀농가의 소득을 크게 높인 사례가 있다.

투입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공동·협업 농업 존재

셋째, 농산물을 식품보다는 비식품으로서의 수요를 창출하여 가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바이오에너지 원료나 화장품 및 사료 등으로 활용하는 대책이다.

마지막으로 농업인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으로 쌀 목표가격제도와 같이 채소 등의 품목도 가격하락분을 정부가 직불금으로 보전하는 방법인데 재정과 국민의 지지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