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많은 지자체들이 인구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도 마찬가지다. 지방 군단위 지자체도 아닌 서울 복판에 있는 중구가 왜 그런 고민을 하나 싶겠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공감할 만하다. 상업지역은 많고 새 집은 적어 젊은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살던 사람조차 주거와 교육 환경이 열악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사이 학생 수가 무려 18%나 줄어든다. 현재 인구가 12만5000여 명인데 이대로라면 10만명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단일 국회의원 지역구가 없는 곳

적은 인구 탓에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단일 국회의원 지역구가 없다. 인근 종로구와 통합 문제까지 단골로 제기될 만큼 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고민은 인접한 다른 자치구가 같이 해주지 않을 뿐더러 알지도 못한다.

어떻게 하면 젊은 인구를 모으고 늘어나는 고령 인구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정책이 바로 ‘어르신 공로수당’과 ‘구 직영 교육 3종 세트’다.

우리나라는 OECD 8위인 경제 대국이지만 너무 빠른 성장으로 복지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못했던 탓에 복지 수준이 최하위권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이 11.1%로 OECD 평균인 20.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복지의 암울한 현 주소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구 역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7.3%로 서울시 평균(13.5%)보다 4%p 가량 높고 그 중에서도 85세 이상 어르신과 독거노인의 빈곤율이 가장 높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져 생계마저 위협받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든 것이 전국 최초의 ‘어르신 공로수당’이다. 결코 중구의 재정 여건이 넉넉해서 실시하는 정책이 아니다. 중구도 구 존립을 위협하는 시급한 민생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가며 어렵사리 도입했다. 그리고 지난 5개월간 공로수당 사용 내역을 보니 특별한 용도도 아닌 육류 구입이 가장 많았다.

어르신을 비롯한 영유아·여성·장애인 4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는 타협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복지 후퇴가 아닌 보편적 복지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구 직영 교육 3종 세트’는 떠나가는 인구를 붙잡고 새 인구를 불러오기 위한 승부수다. 선진국 어디를 봐도 교육과 보육을 민간에 위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제는 진정한 공보육 실현을 위해 공공이 나서야 한다.

3종의 첫째는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작한 구 직영 돌봄교실이다. 3월 흥인초등학교를 필두로 올 하반기에는 봉래초등학교, 내년에는 지역 공립초등학교 9곳 전체로 돌봄교실을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로는 민간 위탁 운영기간이 만료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구 직영화다. 신당동어린이집, 황학어린이집, 신당하나어린이집 3곳은 이미 전환했고 하반기에는 2곳을 추가해 올해 5곳을 직영 체제로 전환한다.

임기 내 24개 중 18개 국공립어린이집 구 직영을 목표로 보육 교직원을 고용 승계해 정년을 보장,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창출하려고 한다. 아울러 현장학습비 특별활동비 등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을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전액 지원해 완전한 무상보육을 실현할 것이다.

마지막은 중·고등학생 진학과 진로 탐색을 위한 직영 진학상담센터다. 최근 입시컨설팅을 받기 위해 고액의 비용을 무릅쓰고 사교육시장을 찾는 학부모와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입시 전문 컨설턴트에게 진학·진로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지난 5월부터는 주 3회에서 주 6회로 컨설팅 횟수를 대폭 확대했다.

보육·교육을 책임지고 복지 안전망 튼튼히

감소하는 인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중구의 미래는 없다. 영유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늘어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복지 안전망을 튼튼히 해 돌파구를 삼으려 한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가 아니라 인구가 적은 ‘덕분에’ 중구만이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타개할 것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떠나가는 도시에서 모여드는 도시로 새롭게 탈바꿈시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