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속 "시간은 본질적인 게 아냐" 언급 … 북미실무협상 재개 늦춰질 듯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에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연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와 관련, "시간은 본질적인(not of the essence) 게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엄청난 진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한미연합훈련 문제로 북한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 국방부 등 실무급 차원의 신경전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톱다운 대화'의 주체인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좋은 관계'를 내세워 낙관론을 계속 펴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의 '속도 조절론'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에 실무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점을 놓고 볼 때, 7월 3주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이 본질적인 게 아니라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실무협상 재개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다"며 "진전은 훌륭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 "우리(미 행정부)는 그들(북한)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들은 이야기하는 데 흥미가 없었다"며 "그러나 그들은 이제 이야기하는 데 흥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관계는 매우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문제에서 거둔 자신의 외교적 성과도 강조했다. 그는 "인질들이 돌아왔고 유해들이 송환됐으며 계속 돌아오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제재는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국경 문제에 있어 중국,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부터 받은 것은 있지만 내준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모호하긴 하지만 제재 완화나 해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난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면서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아마도 우리가 그들(북한)을 위해, 모두를 위해, 전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이던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사전에 기획된 게 아니라는 주장도 다시 펼쳤다.

그는 "아무런 계획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전에 나는 '우리는 여기에 왔다. 김정은에게 인사하자'고 했다"며 회동이 즉석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어 "터프한 사람들과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 할지 그 누구도 실제로 몰랐다. 하지만 나는 그(김 위원장)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것은 훌륭한 만남이었다. 그것은 꽤 흥미진진했고 매우 좋은 소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내가 취임했을 때 북한은 전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전쟁으로 향하고 있었다. 매우 빠르게 전쟁이 일어났을 수 있다. 그것은 매우 나쁜, 매우 거친 전쟁이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주장을 재차 펴며 북한 관련 언급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나는 우리가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믿는다. 어떠한 의사소통도,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지진 소리를 듣곤 했다. 그것은 지진이 아니었고 핵실험이었다. 우리는 나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