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국회' 자성 커져

"유권자 통제권 높여야"

'일하는 국회'에 대한 정치권 내부의 자성이 확산되고 있다.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월 2회 법안소위'를 의무화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국회의원의 출석을 강제하고 연봉을 제한하는 '정치개혁 패키지법'도 등장했다. 입법성과를 내지 못한 상임위의 위원장은 '무노동무임금' 적용을 자처하고 나섰다. '일하는 국회'를 위한 긍정적 변화이다. 이런 요구를 제도화 해 국회를 유권자의 강력한 통제권 아래 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국회는 17일부터 상임위별 법안심사 소위 복수 설치, 법안소위 월 2회 정례화 등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적용해 운영한다.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린 이 개정안은 '일하지 않는 국회' 오명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문희장 국회의장이 제안해 지난 4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원장 찾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상규 법사위원장(오른쪽)을 찾아 회의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이에 따라 여야가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해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파행을 빚더라도 상임위별로 법안심사는 진행할 수 있다. 실제 17일 국회 법사위, 문광위가 각각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소관 법안을 논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17일 "국회 정무위원장으로서 7월 국회도 입법 실적이 전무하게 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세비 기부 입장을 밝혔다. 민 위원장은 "입법부에서 입법가가 입법을 하지 않는 상황은 입이 천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올해 입법실적이 전혀 없어 '전무위원회'라는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정무위에는 1440건의 법률이 회부됐으나 1104건이 계류됐고, 이 중 200여건은 미상정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을 하지 않았으니 세비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더 이상 국회의원만 무노동 무임금에서 예외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고, 국회 활동성을 강화하는 '정치개혁 패키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국회의원 연봉을 줄이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확실하게 적용하는 방안이다. 또 2~6월까지 매월 한 주간 상임위 개회를 의무화 하는 안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국민소환제와 더불어 정치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는 법안"이라며 "반드시 통과시켜 일하는 국회, 신뢰받는 정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이같은 자성 움직임을 보다 강력한 제도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 정당의 공천제도, 정당한 국회활동 등을 함께 고려한 제도화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국회를 국민 통제권 아래 확실하게 두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국회가 국민 뜻과 분리돼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일하는 국회' '특권 없는 국회의원'을 개혁공약으로 내걸고 선택을 받는다면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개혁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불거진 문제 가운데 단초가 될 사안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 적용된 국회 선진화법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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