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취소·규탄 잇따라

"일장기 내려라" 민원도

중소상인들이 시작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학생까지 힘을 보태고 나서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8일 인천, 세종,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소상공인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인천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에 있는 일본차 렉스서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네 마트·편의점·식자재마트·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 소매점에서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확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도매점·음식점·서비스업 등으로 일본제품을 판매하거나 발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니클로와 무인양품뿐 아니라 렉서스 도요타 등 자동차까지 불매운동 영역을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인천범시민불매운동조직체'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상점가에 현수막을 달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광주 북구의회 '일본 수출제한 조치' 규탄 | 18일 오전 광주 북구의회 의원들이 광주 북구청 소녀상 앞에서 일본 아베 정권의 수출제한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북구의회는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중단도 함께 선언했다. 광주 연합뉴스


세종시에서도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정부세종청사 인근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아베정권의 비열한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종미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비록 작은 실천이라도 아베정권이 경제보복 조치를 멈추고 위안부·강제노역 문제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배상을 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전 국민이 의병이 돼 일본에 가지도 말고 일본제품을 사지도 말자"고 호소했다.

광주·전남에서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역 학생들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광주 광덕고는 지난 17일 학생회 주관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선언식을 열고 일본제품 퇴출 결의대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일제 사용은 일제로의 회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구호를 제창했다. 학생들은 또 자신이 쓰던 일본제품을 상자에 담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선 일본방문 계획 취소와 아베정부 규탄결의안 채택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이날 시 산하 광명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준비해온 청소년 일본방문(국제교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고, 양주시도 이달과 다음 달 예정됐던 일본 자매도시 후지에다시와 교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충북 괴산군 역시 오는 29일부터 5박 6일로 가려던 청소년 일본 교토 및 오사카 연수를 취소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중국 상하이로 연수장소로 변경했다. 앞서 경기도 의정부시 체육회와 울산 울주군 체육단체 등도 일본 교류 및 견학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전국 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와 기초의회들은 일제히 일본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를 규탄하고 나섰다. 광주 북구의회는 이날 북구청 소녀상 앞에서 전체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아베정권 수출제한 조치를 규탄하는 동시에 일본제품 불매, 일본여행 중단을 선언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일본산 불매운동과 함께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는 최근 테헤란로 왕복 6차선 도로 양 옆에 걸려있는 만국기 가운데 일장기를 내려달라는 민원이 제기돼 난감해 하고 있다. 글로벌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존의 태극기 상시게양 구역이었던 이곳의 게양대를 만국기로 교체한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내에 '재팬타운' 조성에 나섰던 상인들도 비슷한 처지다. 올해 초 상권활성화 취지에서 일본 외식업체를 대규모로 유치하겠다며 마케팅을 펼쳤으나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맞물리면서 청와대에 '재팬타운' 반대 청원이 올라오는 등 차질을 빚어왔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일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곽태영 김신일 기자 ·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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