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탄압" 중국 맹폭하며 북엔 수위조절 … 실무협상 지연 의식한 듯
북한의 무반응으로 북미실무협상 재개가 미뤄지는 가운데, 미 정부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나름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주최한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에서 중국, 이란 등은 종교탄압 실태를 거론하며 비판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를 낮추거나 북한 억류자 귀환만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넘어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계속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은 한반도 모든 이들의 종교의 자유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종교탄압 실태를 비판하긴 했지만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기보다는 유엔 기구와 민간단체 보고서를 인용하는 형식을 택해 비판 수위를 낮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중국에서 신자들이 직면하는 도전에 비하면 북한에서 신자들이 받는 대접은 더 나쁘다"면서 "유엔난민기구(UNCHR)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에서의 인권 침해는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심각성과 규모, 본질에 있어 동시대에 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단체) 오픈 도어스는 북한을 지난 18년간 기독교인을 가장 박해한 나라로 규정했다"면서 "북한 정권은 그들의 용어로 '(기독교인) 반동분자의 씨를 말리라'고 당국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성경 소지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북한을 거론하기에 앞서 베네수엘라와 이란, 미얀마, 중국의 종교탄압 실태를 설명하면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대이란 추가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과 비얀마, 이란 상황을 설명하면서는 종교탄압으로 인한 피해자와 가족의 사연을 소개하고 공개 호명하며 좌중을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으나 북한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모습은 작년 행사에서 행사에 참석한 탈북자의 사연을 공개거론하며 북한을 맹비난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종교자유 탄압을 "세기의 오점"이라며 맹폭했지만 북한에 대해선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은 채 지난해 억류자 송환 일화만 언급, 대조를 이뤘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은 우리 시대가 맞은 최악의 인권위기의 본거지"라며 "이는 진정으로 세기의 오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신장 위구르지역 무슬림 주민탄압 문제를 포함해 중국 당국의 종교자유 탄압 사례들을 열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중국 당국자들이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이번 행사 참석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중국 헌법에 직접적으로 명시된 종교적 믿음에 대한 보장조항과 일치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중국의 저지에 맞서 참석한 나라들을 향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종교의 자유 탄압과 관련, 중국 이외에 이란, 미얀마, 쿠바 등을 열거했지만 북한에 대해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5월 북한에 억류됐던 김동철 목사 등 한국계 미국 시민 3명이 귀환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그들이 미국 땅에 무사히 안착했던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처럼 북한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피하는 것은 북미실무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라 북한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칫 북한이 펜스 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 내용을 문제 삼아 협상 재개 지연에 나서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중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