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지 포브스

투자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찾아 자본을 배치한다. 선택지가 거의 무한해 보이지만, 대개 가장 많이 애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돈을 빌려주거나(채권) 돈으로 사는 것이다(주식). 포브스 칼럼니스트이자 III캐피털매니지먼트 CEO인 가스 프리센은 18일 "이런 맥락에서 금융시장을 본다면, 최근 미국 증시 강세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은 85조달러다. 국채와 회사채 등 글로벌 채권 총액은 대략 100조달러다. 그중 13조달러 가까이가 명목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이다(내일신문 7월 15일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시장 블랙홀' 참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수익률로 범위를 넓히면 마이너스 수익률인 글로벌 채권은 무려 25조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모든 채권의 4분의 1이다.


프리센은 "대부분의 개인과 기관은 미래에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저하될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차라리 일시적으로 현금을 쥐고 있는 편이 수십년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에 묶여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는 합리적 판단이지만 현금 보유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유럽과 일본에선 예금을 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따라서 현금보유 또는 예금은 일시적 전술로, 장기 투자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할까. 주식을 산다. 물론 주식투자는 리스크가 많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지금은 10년 동안 이어진 경기확장기의 끝물이라고, 따라서 조만간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시장전략가들도 향후 10년의 증시수익률이 이전 10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하지만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고 해도 상당수 채권이 제공하는 실질적인 마이너스 수익보다는 낫다.

주식과 채권의 상대적 투자가치를 비교하는 한 가지 방법은 '투자리스크 프리미엄'을 따지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지불되는 보상으로, 간단하게는 위험의 가격이다.

주식보유 리스크 프리미엄은 증시 이익수익률과 무위험 장기채권 금리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전자의 대표는 23개 선진국의 모든 주식을 망라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전세계 주가지수(MSCI ACWI), 후자의 대표는 24개국의 투자등급 국채, 기관채, 회사채를 망라한 바클레이스의 글로벌 채권지수다.

프리센에 따르면 현재 MSCI의 ACWI는 5.61%, 바클레이스 지수는 1.53%로, 양자간의 차이는 4.08%p다. 지난 25년 평균 1.71%p보다 훨씬 높다. 이는 주식이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다. 그냥 팩트다.

프리센은 "주식에 투자하는 건 언제나 위험하다. 하지만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따진 결과 주식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 투자자들은 보다 큰 변동성, 때로 고통스런 주가조정시기를 버텨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게 바로 주식 투자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 그리고 마이너스 영역으로 곤두박질 친 채권 수익률에 저축, 연금생활자들은 피해를 봤다. 이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년여 동안의 통화긴축에서 방향을 틀어 완화정책으로 돌아섰다. 이에 채권을 통해 나름 괜찮은 인플레이션 조정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 기대감은 사라졌다.

프리센은 "매매타이밍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좌절을 맛보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사자' 주문을 내고 있다"며 "여전히 현금을 들고 있거나 채권에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수익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가능한 선택지가 거의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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