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줄이고 분뇨자원화 담당 … 수요 느는데 조직은 정체상태

경남 고성군 하이면에서 돼지 1500마리를 일괄사육하는 박철웅 민진농장 대표는 축산환경관리원과 손잡고 악취를 줄였다.

하지만 축산환경관리원은 조직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축산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는 폭증하는데 이를 지원할 조직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악취 관리하면서 민원 줄어 = 국내에서 돼지농장은 기피시설이다(사진 참조). 농장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호소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주거지 근처에 농장을 설립하지 못 하게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다.

축산환경관리원 지원으로 악취를 없앤 경남 고성군 민진농장은 마당에서 빨래를 말릴 정도로 환경이 개선됐다. 사진 정연근 기자


하지만 악취를 대폭 줄이면서 주거환경과 농장 생산성을 대폭 높이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민진농장 박 대표 부부는 축사 바로 옆에서 생활하고 있다. 농장 안 마당에서 빨래도 말린다. 축사 밖에선 악취를 느낄 수 없다. 돼지들을 키우는 돈사 안에 들어서도 눈이 따끔거리는 현상이 없다.

박 대표는 지난해 축산환경관리원 도움으로 농장에 바이오커튼과 액비(액체비료)순환시스템을 설치했다. 돈사 안의 암모니아 농도는 25ppm에서 3ppm으로 떨어졌다. 한돈협회암모니아 농도 기준은 20ppm이고, 10ppm 미만이면 악취관리를 잘하는 곳으로 평가한다.

돈사 안의 암모니아 농도가 확 떨어지면서 생산성도 크게 올랐다. 어린 돼지 폐사율이 5~7%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고, 어미돼지 한 마리당 새끼를 낳아 판매하는 돼지가 연간 19마리에서 22마리로 늘었다. 100kg 이상 덩치로 키워서 판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80일에서 150일로 한 달 가량 줄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돼지를 길러 파는 것이다.

혐오시설로 전락한 축사들로 인해 국내 축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 정연근


고성군 거류면에서 농장을 임대해 돼지 1500마리를 키우는 하장우 은성축산 대표도 축산환경관리원과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한 후 악취가 줄고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곳은 돈사 두 곳과 퇴비사 한 곳 등 세 곳에 센서를 설치하고 암모이나 농도를 관리하고 있는데, 돈사 한 곳은 농도가 1ppm으로 떨어졌지만 한 곳은 50ppm을 기록하고 있어 미생물제제를 살포하고 돈방(돈사 안에 칸막이로 분리해 돼지가 머무는 방) 청소 등을 하며 집중 관리하고 있다.

악취가 줄어든 후 민원도 사라졌다. 민진농장은 농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민가로부터 월 평균 3~4회 민원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은성농장도 100m 인근에 300호 이상 민가가 있지만 민원이 줄었다.

◆지원조직 확대 시급 = 정부는 악취를 줄이기 위해 축산환경관리원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바이오커튼이나 액비순환시스템 등 하드웨어 설치를 돕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악취현황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악취관리지원센터장은 "농장에 설치해 둔 센서를 통해 암모니아 농도가 기준치를 벗어났다고 측정되면 세종시에 있는 관리원에도 알람이 울린다"며 "세종시에서 농장 현장과 통신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즉각 해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관리원에서 현장으로 내려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민원이 없어지고 생산성이 대폭 향상된 농장들의 만족도도 크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악취관리가 효과를 발휘하자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이지만 인력과 예산의 벽에 막혔다. 현재 관리원과 연결된 농가가 전국 현재 12개 시군 76개소인데, 연말까지 132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 10만 축산농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악취 민원에 많이 시달리는 양돈농가 4000여곳을 기준으로 해도 2~3% 수준이다.

이영희 축산환경관리원장은 "관리원 직원 26명 중 악취관리센터에는 4명이 있는데, 한 명은 관제를 담당하고 3명이 현장에 나간다"며 "연 2회 현장 점검이 기본이어서 직원 1명당 10개소 정도 농장을 관리하는 게 적정한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홍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축산환경 개선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축산환경관리원을 공공기관으로 격상하고 역할에 걸맞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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