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불확실한데도 업무추진비 받아 편취

서울 송파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사업이 불확실한데도 조합원을 모집해 업무추진비 등을 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지역주택조합 조합장 정모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정씨는 서울 송파구 A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으로 2015년부터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2016년 6월까지 건축심의를 받지 못하면 분담금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까지 전액 반환하겠다"며 11명에게 3250만~9500만원씩 모두 6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송파구에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면서 업무대행사로 M사, 분양대행사로 T사 등을 선정했다. 이중 M사는 정씨 아내가 대표로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씨가 운영하는 업체였다. 2015년 5월부터 조합원을 모집했지만 조합원은 1명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정씨는 서울시와 송파구에 공동주택(아파트)를 짓겠다는 지구단위계획 사전자문 신청이나 경관심의 신청을 제출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못했다. 2016년 6월까지 사업계획 승인 및 건축심의 완료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여기에 2015년 11월 송파구청은 정씨의 신청에 '부동의'와 '반려' 취지의 회신을 보냈다.

정씨는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분양대행사에게 "2016년 6월까지 건축심의를 완료하고 2016년 6월까지 건축심의가 완료되지 않는 경우 업무추진비를 포함한 전액을 반환해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하라고 지시했다.

대개 지역주택조합은 계약금 명목의 초기 조합분담금을 걷고, 실제 사업을 위한 업무추진비를 추가로 받는다. 조합분담금의 경우 다른 조합원으로 대체될 경우 돌려받는데 문제가 없지만 업무 추진비는 분양 관련 경비로 쓰이기 때문에 반환될 수 없는 돈이다.

2016년 6월 말 지역주택조합 모델하우스 사무실에서 분양대행사 직원들을 통해 이 모씨에게 "현재 조합원 모집은 300명을 넘었고 토지매입도 90% 이상 이뤄져 2016년 10월까지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예정"이라며 "그때까지 인가를 얻지 못하면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전액 환불을 약속한다"며 조합분담금 및 업무추진비 65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송파구는 반려한 사업계획의 새로운 방향이 결정 되기 전까지 조합원 모집을 중단하고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행정지도를 했다.

변 부장판사는 "불명확한 사업진행을 과장해 피해자들을 현혹한 것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동종범죄전력이 몇번 있으나 실형 선고받은 적은 없는 점, 피해가 모두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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