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의견서 전달

과거 불법 속속 드러나

과거 정부 때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선거에 불법 개입한 정보경찰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1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경찰 개혁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경찰청) 정보국을 해체하고 정보경찰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보경찰이 해온 일은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정권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며 "정권의 이해에 맞춰 주권자인 국민을 감시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정보경찰이 국내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불법 활동을 벌였음에도 문재인정부에서 그 역할이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정보경찰 폐지 촉구 |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보경찰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시민단체는 "정보경찰에게 정보를 요구하고 그 결과로 위상 강화, 인사 상 혜택 등을 주는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먼저 정보경찰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끝내고 정보경찰 활동의 규범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보 및 수사기능의 분리, 정보 수집 권한의 한계 등 정보경찰 개혁 방향 등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도 정보경찰 개혁에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정청은 지난 5월 경찰개혁방안을 논의하면서 정보경찰의 불법 사찰 등을 막기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정보경찰 임무는 '치안정보 수집·작성 및 배포' 등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치안정보 수집을 악용해 불법 사찰 등을 공공연하게 자행했던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정보경찰의 역할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정보경찰을 11.3% 감축하고, 국회와 민간단체 상시 출입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 당정청은 다만 경찰의 반발을 우려해 경찰청 정보국을 폐지하지 않고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시 회의에서 "과거 정부와 같은 정보경찰의 불법행위가 항구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1월 정보경찰의 정치개입과 사찰 가능성을 차단하는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만들었다.

당정청이 이처럼 정보경찰 개혁방안을 내놓았지만, 정권의 요구에 따라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언제든지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가 아예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경찰 개혁이 늦어지면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3일 개최한 '정보기관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정보국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돼 있어서 민정수석을 안 없애면 정보국을 폐지할 수가 없다"며 "민정수석이 폐지되지 않으면 정보경찰은 안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정보경찰 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토론회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보경찰 문제는 경찰청이 주관이 되어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와 입법이 필요한 과제로 나누어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면서 "국민들 지적을 경청해 경찰의 정보수집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지난 4월 정보경찰 개념을 법으로 정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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