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서울 은평구 구청장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미세먼지 문제 등 점차 심각해지는 환경 속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환경을 보호해야만 하는 ‘필(必) 환경’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재활용 폐기물 수입국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폐비닐 수거 대란부터, 국제문제로 번진 필리핀 폐기물 불법 수출 사건,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쓰레기 산’까지 폐기물 처리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환경문제가 됐다. 우리는 이제 쓰레기를 ‘잘’ 처리하고 ‘재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원순환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

당면한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버리는 폐기물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음식은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은 제대로 분리배출해 최종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양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사람들은 물건 구입 전부터 쓰레기 발생을 차단하는 ‘프리사이클링’ 과 텀블러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며 생활 속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 같은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고, 이 흐름에 발맞춰 은평구도 민·관 협치를 통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과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순환도시 추진단을 발족해 지역 곳곳에 자원순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원순환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자원봉사자인 자원순환 활동가를 양성해 학교와 사회복지관 등을 찾아가 자원순환 맞춤 교육을 실시하는 등 주민들이 자원순환 인식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일같이 버려지는 쓰레기를 수거해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처리 하는 것, 그것은 깨끗한 환경을 가꿔나가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자 책무이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쓰레기 대란’의 위험성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은평구는 폐기물 자체 처리비율이 37%(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일반폐기물 처리를 수도권매립지와 경기도 양주시 소각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매립지는 지난해 11월 인천시에서 2025년 이후 반입종료를 선언했고 양주소각장은 도시 확장으로 인해 향후 폐기물 반입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상태다.

은평구는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안정적 폐기물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서대문구 마포구와 손잡고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은평구에 필요한 시설은 음식물 처리시설과 소각시설이다. 반면 서대문구와 마포구는 광역 음식물처리시설(서대문구 난지 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시설)과 소각시설(마포자원회수시설)이 있지만 공공 재활용 선별시설이 없다. 은평구는 이 점에 착안 광역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선별시설을 건립하고 대신 은평구에서 발생한 음식물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서대문과 마포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폐기물을 서로 주고받는 ‘환경 빅딜(폐기물 상호 교환처리)’이다. 자치구별로 지어야 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을 광역으로 건립, 중복투자를 피하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쓰레기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 서북지역 3개 자치구가 힘을 모은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건립 이전부터 폐기물처리시설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 협치 행정과 혁신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쓰레기,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

폐기물 처리시설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시설이 아니다. 도시가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폐기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기피시설로 치부되고 있지만 오히려 환경을 지키고 쾌적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시설인 것이다.

특히 은평구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완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지역에 부족한 생활체육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재활용 선별시설이 아니라 우리가 버린 재활용품이 어떻게 선별되고 자원화되는지 확인하고 생활 속에 투영돼 자원순환사회로 진일보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은평구의 내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 만큼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