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

우리나라에서 강원도 속초를 주목받게 했던 게임이 하나 있다. ‘포켓몬고’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위치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길거리에서 포켓스톱을 잡고, 체육관이 설치된 특정 장소에 가서 포켓몬스터를 잡거나 아이템을 얻는 것이 기본 틀이다. 포켓몬스터를 강화하고, 싸우고, 교환할 수도 있다.

필자가 이 게임을 시작한 건 2017년 1월 29일로, 2년 6개월 전이다, 지금 현재 경험치는 4253만5043XP이다. 현재까지 잡은 포켓몬은 관동지방 151마리, 성도지방 99마리, 호연지방 130마리, 신오지방 59마리 등 440마리를 잡았다. 직접 발견한 포켓몬은 469마리다. 29종류의 포켓몬은 보고도 잡지 못한 상태이거나 스쳐갔다.

잊혀져가는 건축물 부설 예술작품을 살려낸 게임

이 ‘포켓몬고’ 게임이 사라져가는 건축물 부설 예술작품을 살려내고 있다. 무라기, 씨티홀, 화합, 남과 여, 러브, 은하프론트, 환타지아 부천 등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는 부천시내에 있는 건축물 부설 예술작품의 이름들이다. 아마 건축허가를 내준 부천시청 건축직 직원에게 물어도 모를 것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의 건물을 지으면 예술작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작가의 땀과 건축주의 자본, 부천시의 규제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이지만 대부분 잊혀졌다. 그런데 부천에서 ‘포켓몬고’를 하는 30레벨 이상의 유저라면 작품의 이름을 줄줄이 외운다. 여기에 모여서 전설의 포켓몬을 잡고, 아이템을 얻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라도 불리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아예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이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부천시의원인 나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포켓몬고’가 고맙다.

필자는 현직 부천시의원이다. 그리고 정치인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계층·연령대의 유권자와 소통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필자의 나이는 52세이고, 첫째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고 둘째는 대학을 다니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본인 나이와 직업에 의해 규정된다. 마을에서도 비슷한 소통 방식을 지닌다.

필자가 어디서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과 게임을 하며 일상의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그런데 ‘포켓몬고’는 초등생, 중학생, 여성·남성, 어르신 할 것 없이 모든 연령이 게임에 참여한다. 50대 남성, 특히 정치인은 중·고등학생을 공적인 행사장소 외에는 만날 수 없다. 정치인이 정치에 아주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큰 숙제다. 그러다보니 많은 정치인들이 ‘소통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솔직히 말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기 위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선 권리당원을 주로 만난다.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유세전을 펼치는 등 직접 선거를 치르는 ‘지상전’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론을 상대하거나 홍보물을 돌리는 ‘공중전’을 벌인다.

하지만 ‘포켓몬고’는 그렇지 않다. ‘포켓몬고’는 다양한 유저들과 소통하게 만든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10대 아이부터 80세 어르신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레이드를 하려면 한 대의 휴대폰을 지닌 사람 최소 5명 이상이 연합해야 한다. 그래야 전기의 최강자 라이코, 뮤츠 등 전설의 포켓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의 단체톡방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1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게 된다. 그래서 ‘포켓몬고’가 고맙다.

“남녀노소 다 만날 수 있고 걷게 만드니 고맙다”

‘포켓몬고’는 걷게 한다. 새롭고 좋은 포켓몬스터를 잡으려면 포켓스톱이 많은 곳으로 걸어가야 한다. 전설적인 포켓몬스터를 얻으려면 체육관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모여 힘을 합해 싸워야 한다. 역시 거기까지 걸어가야 한다. 재미있는 게임을 걸어 다니며 하고, 다시 아이템을 얻기 위해 걷는다. 걷기에 이만한 아이템은 없다.

필자는 7월 26일 현재 ‘포켓몬고’ 게임을 통해 3579㎞를 걸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400km로 친다면 4번 이상 왕복한 거리다. 지금 ‘포켓몬고’ 40레벨(만랩)이다. 좀 더 재미있게 걷기 위해, 수많은 연령대와 소통하기 위해 포켓몬을 더 잡을 생각이다. 여러 가지로 고마운 ‘포켓몬고’를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