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최근 대형 법무법인과 기업 법무팀에 대한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개인 의뢰인과 변호사간 메신저 대화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증거사용 등이 이어지면서 ‘의뢰인과 변호사간 비밀유지권’ 침해가 문제되고 있다.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다. 헌법재판소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뿐만 아니라 불구속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아 왔다.

이 권리는 형사절차에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민사 행정 헌법 등 소송절차, 소송 전 법률자문 단계 등에서도 의뢰인의 충분하고도 효과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인정된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절차가 아닌 경우에도 변호사와의 접견교통권이 헌법상 인정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변호인에게 제공한 정보 공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 권리의 핵심은 바로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 제공이며, 충실한 조언 및 상담을 위하여는 변호인이 의뢰인으로부터 완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변호인과의 의사교환이나 변호인에게 제공한 자료 등의 정보가 추후에 공개되어 불이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배제되지 않고서는 이 권리가 유효하게 보장될 수 없다.

의뢰인과 변호사가 이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해서 법률상담을 하는 것은 ICT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방법의 다양화일 뿐, 의뢰인과 변호사가 회의실에 앉아서 회의를 하는 것과 본질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우리 국가기관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컴퓨터, 스마트폰,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임의제출 강요 등의 방법을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가 상의한 내용을 수집하고 이를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밀유지권이 인정되는 외국 로펌들과의 경쟁을 어렵게 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국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현재 관련 법령은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형사소송법 상 압수거부권, 증언거부권 등이 존재한다. 이는 소극적인 관점에서만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비밀을 보호하고 있을 뿐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 등의 공개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한 명문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특히 압수거부권의 주체로 의뢰인이 아닌 ‘변호사’만을, 압수거부권의 대상으로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물건’만을 규정하고 있어, 이러한 현행 규정만으로는 의뢰인의 권리로서 비밀유지권을 보장하거나, 의뢰인과 변호사간 주고 받은 의사교환의 내용, 변호사가 직무와 관련하여 의뢰인으로부터 건네받거나 작성한 서류 등에 대하여 공개를 방지하고 비밀을 충실히 보장하기 어렵다.

현행규정으로는 비밀유지권 보장못해

특히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제공받았거나 의뢰받은 직무와 관련하여 생성하여 보유하는 정보의 공개는 해당 의뢰인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다른 의뢰인들 및 잠재적 의뢰인이라 할 수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변호사와의 의사교환 내용 및 의뢰한 직무와 관련하여 생성된 자료가 언제든지 공개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이는 변호사를 신뢰할 수 없도록 하여 종국적으로는 국민 일반이 변호사로부터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7월 초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법제사법위원회 조응천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던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천하람 대한변호사협회 제2법제이사는 “선진국에선 압수한 휴대폰에서 변호사와 주고받은 메일을 발견하면 열어보지 않고 따로 빼놓을 만큼 의뢰인 보호에 적극적”이라면서 “반면 한국 수사기관은 ‘심봤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권익,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으로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