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한국석유공사 KADOC 법인장

지난달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는 할리바 유전 생산개시 성공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UAE 할리바 유전개발에 참여하여 자체 기술력으로 탐사부터 개발, 상업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성공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할리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 중 한국몫은 연간 584만 배럴로, 이는 현 유가를 고려할 때 약 3억9000만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UAE 국영석유사인 ADNOC은 앞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인근지역 탐사를 통해 석유매장량을 확인할 예정이어서 동 유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할리바 유전개발

할리바 유전은 안보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할리바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2개 터미널에 비축되는데, 이 중 후자이라 터미널은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유사시에도 국내도입에 별다른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간 대립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할리바 유전 생산성공은 우리에게 중동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석유의존도가 높은 자국 산업구조의 개편을 위해 산업다각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유가변동 등 외부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미국 셰일혁명 이후 국제무대에서 위축된 중동의 정치적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국가산업구조 개편을 이끌 동력원으로 석유·가스산업 부문의 고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UAE의 움직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ADNOC은 현재 350만 배럴 수준인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20년에는 400만 배럴로, 2030년에는 500만 배럴로 늘리기 위한 야심찬 계획인 ‘ADNOC 2030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석유개발 부문 고도화를 통해 국가 산업체계 개편의 재정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구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UAE 내 광구에 대한 탐사개발 기술력을 갖춘 외국기업의 참여확대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UAE는 사우디나 이란 등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계약조건을 해외 석유개발 기업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석유공사와 국내 민간에너지 개발기업들이 UAE 유전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할리바 유전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한국기업의 전통부문 석유탐사·개발 기술수준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된 상태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이 더해져 UAE 현지에서도 한국 에너지기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한-UAE 간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는 등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 지고 있는 점 역시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UAE는 한국기업의 기술투자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국가로, 그간 우리나라 산업부문의 높은 기술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출해 왔던 터라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석유개발 부문뿐 아니라 건설, 정보기술 등 국내 타 산업분야의 진출 또한 활발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적기

정부는 이번 할리바 유전 성공을 계기로, UAE 내 석유개발 사업에 국내기업의 활발한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한국이 UAE의 중요 원유수입국일 뿐만 아니라 충분한 역량을 보유한 능동적인 석유개발사업 파트너임을 그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국내 석유개발 기업의 UAE 진출을 위한 정책적 여건 조성과 더불어 신규사업 지원 등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침체되어 있는 우리나라 해외석유개발 사업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국 간의 관계가 어느 때 보다 가까운 지금이 바로 국가주도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적기이며 이를 통해 국내 민관석유기업의 역량과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원유수급전략 역시 한층 안정적으로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