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훈식 한국공공마케팅연구원 원장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는 제4차 중동전쟁에서 기습 당한 이후 10명의 정보 담당자 중에 9명이 다 같은 의견을 내더라도 1명은 의무적으로 반대하게 했다고 한다. 혹시나 모를 변수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정치학이나 심리학 등에서는 집단이 통째로 하나의 의견에 몰입되는 상황인 집단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 이 악마의 대변인을 활용하고 있다. 필자는 일본식 지방소멸이라는 주제에 대해 악마의 대변인이 되고자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지방도시들은 지방소멸, 인구소멸의 키워드에 몰입하고 있다. 어떻게든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 많은 정책들이 지자체마다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고, 인구유입을 위한, 인구유출을 막기 위한 각종 포럼, 토론회 등은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많은 정책 지자체마다 만들어

2014년 일본의 전 총무대신(행안부장관) 마스다 히로야가 주장한 마스다 리포트 ‘지방소멸의 광풍’이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져 불고 있다. 마스다 히로야는 이와테현 지사시절 현청(지방자치단체)에 기업경영을 도입해 ‘현청주식회사’를 선언하고 정책에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와테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으로 자연과 함께 산다는 의식을 상징화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스다 히로야의 주장은 인구의 도쿄집중화로 인해 2040년까지 일본의 869개 시정촌이 소멸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여기에서 사용된 일본식 소멸지표 산출법(2010년부터 이후 30년간 20~39세 여성인구가 5할이상 감소하는 것이 지표)을 우리는 수정없이 그대로 쓰고 있다. 반대로 2015년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조넨 츠카사의 이야기는 아직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구가 감소함에 따른 지방재정 감소를 어떻게 메워야하는지 보여주는 데이터 사례를 보자. 일본은 국토교통성내에 관광청이 있고 그 안에 ‘DMO지원실(지역관광경영조직)’이 있다. DMO지원실의 분석 자료에 ‘1:8:25:81’이라는 공식이 나온다.지방 인구 1인이 감소하면 1년간 그 지역내에서 순환되는 재화의 감소가 연간 1250만원(한화)이다. 이것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년간 1250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인구 1인을 다시 채우는 방법이다.

일명 정주인구 대책이다. 채우지 못하면 해외관광객유치를 통해 해외관광객 8명이 와서 지역에서 1박을 하고 돈을 쓰고가면 1250만원의 지역재화가 채워지는 효과가 있고, 국내관광객의 경우는 25명이 지역에 와서 1박을 하고 돈을 쓰고가야 그효과가 나타난다는 통계이다. 국내 관광객의 경우,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81명이 다녀가야 인구 1인이 줄어든 1,250만원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명 교류인구 대책이다. 일본이 시작한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여행을 가지 않으면 일본의 소도시들이 치명타를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말로 인구가 감소하면 지방은 소멸하는 것일까? 아니다. 지방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하는 것이다. 20세~39세 여성인구가 50%이상 감소하는 지표 하나로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식의 다양한 감소 지표 개발을 통해 정책발굴에 적용해야한다.

협업을 통한 관계인구와 교류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적 대안 고민해야

일본식 지방소멸이라는 광풍에 현혹되어 우리나라 같은 작은 국토에서 지자체들이 서로 인구 따먹기 싸움을 벌이는 현실은 국가적으로는 슬픈 일이고 정주인구 증가를 위한 지자체들간의 싸움은 결과가 보이는 비극이다. 소모적 경쟁이 아니라 좀 더 현명한 정책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협업(지자체와 지자체, 지자체와 기업, 기업과 기업)을 통한 관계인구와 교류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적 대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비판없는 일본식 지방소멸의 신봉은 또 다른 친일이다. 한국식 인구감소지표의 세분화된 개발과 교류와 관계인구 증대를 위한 협업정책발굴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 스와핑을 하듯이 지자체들도 협업의 틀을 넓히고, 외부의 제안에 귀기울여야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