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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지방의원 관련업체 '수의계약' 만연

감사원, 거창 등 부적정 계약체결 적발

구미·성남은 의원 아들·동생업체 계약

지방계약법·행동강령 등 제도개선 필요

등록 : 2019-08-12 11:07:59

전·현직 지방의원 또는 가족 등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해당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방의원과 관련이 있는 업체들은 '이익충돌'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 지방의원 관련업체 간 수의계약 사례가 전국에 만연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감사원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은 경남 강원 등에서 일부 지자체들이 해당지역 전·현직 시·군의원 관련업체들과 수의계약을 맺어온 사실을 적발, 공개했다.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분야 특별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부산시와 경남 거창·김해·창원 4개 지자체는 지방의원 관련 사업자와 32건의 공사 및 물품 구매계약을 수의계약방식으로 체결, 부적정 사례로 지적됐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은 물론 직계 존·비속이 소유(자본금 50% 이상)한 사업체는 해당 지자체와 영리목적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거창군의 경우 군의원 A씨의 아버지가 대표인 업체와 총 24건, 5억8271만여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말까지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해시는 B시의원 배우자가 대표이면서 시의원 본인 및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자본금 총액의 50% 이상 소유한 회사와 2017년 11월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1억4600여만원)를 수의계약했다. 창원시도 2015년부터 2년 동안 당시 두 명의 시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총 5건, 1200여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부산시는 전 시의원 C씨·D씨가 각각 운영하는 두 업체와 2건(5147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창원의 한 소방서는 당시 시의원이 운영하는 스포츠용품업체에서 탁구대와 헬스용 탄성밴드 등 운동기구를 수의계약으로 구입했다.

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는 전 강원도의원 E씨와 배우자가 소유한 업체와 2012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9건(1억5300여만원)의 도로 보수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도로관리사업소측은 당시 '수의계약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각서만 받고 실제 자격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강원도는 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감사원은 이들 지자체에 수의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에 대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계약업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조치했다.

경북 구미와 경기 성남에서도 지방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지자체 간 수의계약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구미에선 김태근(자유한국당) 구미시의회 의장이 몇 년 전 아들에게 대표이사를 넘겨준 건설업체가 지난 5년 간 구미시와 5억원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수의계약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회 F의원도 친동생이 운영하는 업체가 성남시와 지난 1년 동안 11차례(1억9700만원)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의원은 "동생과 동업하다가 시의원에 당선돼 동생 혼자하게 됐고, 수의계약 등에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계약법상 지방의원 본인이나 가족(직계혈족)은 지자체 또는 산하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지 못하게 돼 있지만 형제·자매는 수의계약이 가능하게 돼 있고, 지방의원행동강령에는 형제·자매의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있지만 대상기관을 '지자체의 산하기관'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는 "지방의원 이권개입과 특혜시비를 막기 위해 지자체와 수의계약이 금지되는 수의계약 제한자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 및 지방의원행동강령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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