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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인사청문 개선 법안 방치 … '청문회 무용론' 설득력 없다

윤리·정책검증 분리 공감대 수년째 제자리걸음

인재 풀 넓히고 검증 수준 높이는 계기 찾아야

등록 : 2019-08-13 11:18:08

청와대가 14일 8·9 개각에서 지명된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9월 2일까지 장관 임명을 마무리 해 추석 연휴 전에 새 내각 진용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국회도 이달 19일부터 결산과 인사청문회를 위한 상임위 개최에 공감하고 있다. 장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은 커졌다. 물론 '제대로 된 청문회'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청문회도 여야간 '정치공세'의 장이 될 공산이 커지면서 인사청문회 관련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아질 망이다.

문 의장과 여야 대표들,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청문회 앞두고 '무용론' 타당한가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간 '초월회' 회동에서 '청문회 무용론'를 들고 나왔다.

황 대표는 "장관 청문회와 관련해 문재인정부 출범 후 16차례 장관급 인사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대로 임명됐다"면서 "이번만큼은 국회가 무시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장관을 임명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8개각 때도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직권으로 임명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회의 뜻을 대통령이 수용하게 하려면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을 고치는 등 전반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청문회를 열면 어느 정당은 후보자에 대해 인준 하자고 하고, 어느 정당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며 "청문회에서 국회 뜻이 정해지면 임명권자가 거기에 반해 임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국회 뜻이 확실한지 여부가 애매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먼저 청와대 등에서 후보자의 도덕성을 촘촘히 걸러내고, 국회로 넘어오면 정책 청문회가 돼야 한다"면서 "현재 국회 운영위에 이 같은 개선안을 담은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5당 대표들께서 이를 적극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야, 행정부도 동의하는 제도 개선 = 인사청문 제도 개선은 국회 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던 사안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국회 운영위에서 "좋은 제도를 국회에서 마련해주시면 더 다듬겠다"며 "국회에서 인사청문 제도, 기준, 문화 이런 것들을 논의 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었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후 청문회 기능의 효력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20대 국회 운영위에 계류중인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관련 법률안만 50여건에 달한다. 논의 수준이 일정 단계를 넘어 '꼭지를 딸 수준'까지 왔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제출된 58건의 인사청문법 관련 개정안을 9가지로 나눠 유형별로 분류했다. 가장 큰 쟁점으로는 인사청문회 분리 문제가 거론됐다. 도덕·윤리성 검증과 업무·정책능력에 대한 검증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회 안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청와대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년 특집 대담에서 "제도화 부분은 이미 제안하고 있다. 미국식으로 인사청문회를 두단계로 나누어서 첫번째, 도덕성 검증 그 과정은 비공개로 하고 그 대신에 청와대와 국회·야당의 모든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라며 "그런 정보를 다 모아서 이 분이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나없나 판단하고, 그것이 통과되고 나면 능력과 정책역량을 가지고 검증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리 검증만 합의해도 진전 = 앞서 문 의장이 언급한 사전 검증(행정부) 정책 검증(국회) 분리 실시도 같은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 제도가 안착된다면 야당 의원들이 개정안을 통해 사전 검증에서 청와대가 활용한 자료를 청문위원에게 제공하거나, 개인정보로 묶인 유관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문 대통령은 5월 대담에서 "그렇게 된다면 청와대가 가진 모든 자료를 (야당에) 제출할뿐 아니라 (청와대가) 야당의 검증자료도 함께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며 "청와대가 후보자를 발탁하면서 '이 분에게 이런 흠결이 있지만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해서 발탁코자 한다'라고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행정부 입장에선 인재 풀을 넓힐 수 있고, 국회는 검증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자료나 권한이 헐뜯기나 감싸기 등 정쟁의 소재로 활용 된다면 폐해만 커질 수 있다. 청문회 권한은 강화하고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견제를 높이는 열쇠는 결국 국회가 쥐고 있다.

이명환 구본홍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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