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건축물 리모델링해 카페·갤러리·공방 운영 … '도자기 굽기 체험' 호응 높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감각적인 카페, 갤러리 등 문화콘텐츠들을 겸비한 국내 여행지는 여행객들이 먼저 알아본다. 자연 고유의 아름다움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남해에도 최근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관광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다. 남해 고유의 건축 양식인 돌창고를 리모델링해 카페와 갤러리, 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돌창고프로젝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돌창고프로젝트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권역별 관광콘텐츠 중 하나다.

9일 대정돌창고에서 돌창고프로젝트를 이끄는 주역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다솔 작가, 최승용 돌창고프로젝트 공동대표, 김영호 작가(돌창고프로젝트 공동대표). 사진 이의종


◆돌창고, "불시착한 우주선" = 지난 9일 오전 11시 돌창고프로젝트 카페와 갤러리 앞에는 여행객들이 북적였다. 특히 여행객들이 모여 있는 곳은 시문돌창고를 리모델링한 갤러리 앞. 돌로 만들어진 독특한 건물 외관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이 줄을 섰다. 시문돌창고는 돌로 만들어진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전시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들어가는 문에는 비료창고로 쓰였다는 '비료'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돌창고는 남해 고유의 건축 양식. 1973년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 섬이었던 남해는 육지로부터 건축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 산에서 돌을 깨 건물을 지었다. 사용된 돌은 청돌로 화강암의 하나다. 마을 주민들은 돌창고를 함께 짓고 쌀이나 비료, 농기구와 같은 마을의 중요한 것들을 함께 보관했다. 시문돌창고는 1960년대, 이곳에서 차로 30여분 걸리는, 공방으로 사용하는 대정돌창고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건축됐다.

최승용 돌창고프로젝트 공동대표와 도예가인 김영호 작가(공동대표)는 돌창고의 가치를 알아봤다. 최 대표는 돌창고를 일컬어 "주변과 맞지 않는, 불시착한 우주선"이라고 말한다. 100년 동안 주변은 변화했는데 돌창고만큼은 시간성을 탈피한 공간이라는 것. 이들은 돌창고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은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여행객, 남해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돌창고프로젝트 카페 내부. 사진 이의종


◆젊은 작가들에 전시 기회 = 이날 갤러리에는 정인혜 작가의 '이파리 전(展)'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시를 열 기회를 갖기 힘든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다. 갤러리 입장료는 3000원. 카페에서 음료나 다과를 하던 여행객들은 "이게 뭐지?"하면서 갤러리를 방문하곤 한다. 초록색의 싱그러움을 바탕으로 한 이날 전시의 주제는 '생명력'. 작품을 일직선으로 벽에 걸지 않고 높낮이를 다르게 하는 등 그림이 하나의 식물인 것처럼 표현했다.

연 4회 전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시문돌창고를 개방한다. 돌창고 자체를 관람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어린이들이 와서 뛰어노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지난 11일까지 '이파리 전'을 마친 시문돌창고는 9월 1일부터 2달 동안 '공간재생 전(展)'을 연다. 남해에서 일어나는 건축 재생과 관련된 전시다.

갤러리 옆 아담한 양옥건물은 카페다. 탁구대나 교회의자처럼 생긴 긴 의자 등 잘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가구들이 재미있게 조화를 이룬다. 음료와 다과는 남해 고유의 것들을 활용한다. 토마토는 카페 바로 옆에서 재배하고 미숫가루는 최 대표의 고향인 하동에서 어머니가 직접 보내준다.

저녁 시간에는 '애매살롱'이라는 '애매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모임'이 월 1회 정기적으로 열린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공연을 할 때도 있다. 때론 문화와 관련된 공부 모임을 한다. '돌장: 남해 플리마켓'도 주 1회 열린다.

공방으로 쓰이는 대정돌창고 외관. 사진 이의종


◆지역에 청년들이 자리 잡기를 = 대정돌창고는 김 작가의 공방으로 쓰일 뿐 아니라 여행객들이 야외에서 '노천소성' 체험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구워진 도자기에 유약을 발라 굽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 도자기를 1000도까지 올라가는 불에 넣고 뚜껑을 열어 집게로 뺀 후 이를 왕겨 사이에 놓으면 의도치 않은 유약의 변화로 멋스러운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도자기에는 다육식물을 심어 바로 가져가도록 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외에도 돌창고프로젝트는 '쓰리피플'이라는 남해 고유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들이 쓴 작업일지, 학교 문집 등을 출판한다. 책들은 카페에서도 살 수 있다. 오는 12월이면 돌창고에 대한 얘기부터 돌창고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일 등을 적은 '돌창고프로젝트'라는 책이 출판된다. 또 남해군과 함께 남해의 건축물들을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연구용역도 진행한다.

돌창고프로젝트와 함께 남해에는 몇몇 젊은 예술가들이 정착했다. 이들은 영화제를 열고 잡지를 만들며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이는 돌창고프로젝트가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돌창고프로젝트 하나만 보러 오기는 힘들지만 서점도 있고 분위기 좋은 식당도 있으면 여행을 할 때 하나의 코스를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젊은이들이 지역에 문화적 생기를 불어넣으면 여행객들이 찾아오고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 대표는 "지역의 청년들이 도시로 나가더라도 경험과 지식을 쌓은 이후에는 지역에 내려와 뜻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지역에서도 매력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나도 한번 해 볼까'하고 청년들이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시문돌창고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로 538 / 운영시간·10~18시 목요일 휴무 / 전화·055-867-1965
▶대정돌창고 경남 남해군 서면 스포츠로 487 / 운영시간·10~18시 목요일 휴무 전화 055-863-1965
웹사이트 www.dol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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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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