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경영혁신본부장

“귀농해서 농사짓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내가 매일 소비되는 삶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생명을 키우고, 내 수확물이 우리 이웃들에게 건강을 주는 먹을거리가 된다는 사실, 누가 정해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일을 한다는 것이 오늘도 나를 가슴 벅찬 설레임으로 농장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귀농한 저는 행복합니다.”

한 청년 귀농인의 말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렸다는 소식에도 많은 언론들이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농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농촌이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귀농·귀촌은 청년실업을 해결할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이를 해결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연고지 찾아 귀농·귀촌 흐름 늘어

“다른 사람들이 치료하러 갈 때 우리는 장화를 신고 숲 속으로 향한다”는 말은 유엔이 최근 발표한 일곱 번째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19)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핀란드가 밝힌 ‘행복의 비결’이다. 자연과의 친화가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진행한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귀농·귀촌 가구 모두가 자신이 태어난 곳이나 친척·지인이 살고 있는 곳, 즉 연고지로 귀농·귀촌을 하는 경향(62.8%)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로 인한 IMF시절에는 고향으로 가면 도시에서 실패하고 온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까 두려워 연고가 없는 곳으로 귀농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귀농인들 속에서 새로운 농업 CEO의 탄생과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때문에 귀농·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 오히려 없는 연고도 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귀농·귀촌에도 이른바 비빌 언덕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왜 귀농·귀촌을 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실직과 사업실패가 원인이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놀랍게도 귀농자의 5.6% 귀촌자의 7.8%뿐이었고, 오히려 자연환경(26.1%), 정서적 여유(13.8%), 농업의 비전(17.9%) 등 대부분 자발적인 이유로 귀농·귀촌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만 따로 분석해보면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이라고 응답한 비율(29.0%)이 더 높아진다. 예전 농촌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했던 당부, “너희는 도시에 나가서 번듯한 직장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귀촌자 중에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19.7%에 달한다. 영농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농사를 지을 계획이어서(46.4%), 건강한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26.8%), 소득향상을 위해서(19.4%) 등이다. 이는 귀농과 귀촌은 서로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 연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업경영은 매력있는 일자리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해도 낮은 소득, 높은 생활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한 몫 했겠지만 농업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가 보인다는 비전도 있었으리라. 거기에 자신만의 경영방식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장점이 더해지면 농업경영은 매력적인 일자리로 재탄생할 수 있는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몸만 따라주면 정년과 퇴출이 없는 직업으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 새로운 대안적 삶으로 떠오르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이제 귀농·귀촌은 도시청년의 일자리 창출과 영농후계자 확보 및 마을 공동체 회복 등을 통한 농촌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귀농·귀촌 후 농지 및 시설투자 자금부족과 영농기술·경험부족이 영농활동을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귀농·귀촌이 대한민국 국민의 새로운 행복 찾기를 위한 도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농지임대차관리법에 대한 정비와 선도농업인들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