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분당 현실화

무소속 선택지 통할까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했던 민주평화당이 창당 1년 6개월만에 분당 위기에 처했다. 반당권파로 분류되는 '대안정치' 소속 9명과 김경진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정동영 대표 등 4명만 남게 됐다. 국회의원들의 거취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을 책임졌던 위원장이나 당직자들의 탈당도 이어질 전망이다. 탈당파의 바람대로 '제3 지대 창당'이 성사되면 재입당 과정이 불가피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 더불어민주당을 뛰쳐나와 '국민의당'을 만들어 파란을 일으켰던 정치실험이 4년이 되지 않았다. 소속 의원들이나 당직자의 굴곡진 정치역정도 크고작은 매듭을 따랐다. 평화당 탈당파의 한 명인 천정배 의원은 지난 12일 "내가 6선인데, 벌써 10번째 당적을 갖게 생겼다"고 푸념을 털어놨다고 한다. 천 의원은 15대 총선이었던 지난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내리 6선을 했다.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국민회의, 국민의당, 평화당을 거쳐 신당이 생기면 10번째 당적을 갖게 된다. 2015년 4월 재보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이른바 '호남정치 복원' 논쟁을 달궜던 적도 있다.

김정현 전 평화당 대변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당권파인 김 전 대변인은 당직에서 밀려난 뒤 '대안정치' 그룹에 참여해 왔다. 김 전 대변인은 SNS를 통해 "오늘 내 정치 인생에서 10번째로 탈당한다"며 "곧 신당이 창당될 듯하니 11번째 당적 변경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떠날 땐 호남 정치가 그쪽으로 간다고 해서 막차를 탔고, 그 뒤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로부터 시쳇말로 연속까였다"며 "호남 정치의 맥을 잇는 정치 세력이 되겠다"고 말했다.

당을 나선 의원들의 사정은 비슷하다. 초선 의원의 경우도 벌써 네 번째 당적 변경을 앞둔 의원들도 수두룩하다. 정동영 대표도 민주당과 무소속 국민의당 등의 굴곡을 겪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지난 2010년 유성엽 의원과 민주당 복당을 위해 악전고투했던 경험도 있다.

의원들의 이같은 당적변경은 상황과 본인의 정치적 의지가 중첩된 결과다. 탈당파의 선언대로 대안신당의 마중물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 평화당 분당이 '무소속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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