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들, 광복절 열기 후끈

축제·봉사·전시 등 기념행사 다채

올해 광복절을 맞는 서울 자치구들의 열기가 어느 해보다 뜨겁다.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NO 일본'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8.15 독립기념 퍼포먼스' 호서대 학생│광복절을 앞두고 호서대 연극학과 학생 50여명이 13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충남 천안 신부공원에서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하의를 입고 '8.15 독립기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아산 연합뉴스


14~15일 서대문독립민주축제를 여는 서울 서대문구는 시민들에게 '인생광복절'을 선물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벌써 10회째 축제를 준비하지만 올해는 특히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였다. 독립군 구출을 위한 6단계 미션 게임 '독립군 구출 대작전'과 사형장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 '독립의 그날까지'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태극활과 태극연 만들기, 대한독립만세 티셔츠 만들기 등 20여개 체험부스도 준비했다. 검은 바지·치마에 흰색 상의를 입고 오는 시민들에게는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특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기념품도 준다.

문석진 구청장은 "많은 분들이 이번 축제를 통해 기억에 남을 인생광복절을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는 13일부터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센터에서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 전시를 시작했다. 대하드라마 '세종대왕' '미생' 등의 글씨로 잘 알려진 글씨예술가 강병인씨가 독립열사들의 말씀 하나하나를 글씨 작품으로 표현했다. 전시 작품은 모두 30점이다. 김 구 선생의 '문화의 힘', 안중근 의사의 '동포에게 고함', 한글독립운동가 이윤재 선생의 '손잡고' 등 목숨을 던져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30명 열사들의 말씀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는 21일까지 열린다.

서울 중랑구는 망우리공원에서 학생·학부모·교사들에게 뜻깊은 봉사활동 기회를 마련한다. 참가자들은 망우리공원 애국지사 묘역에서 풀을 뽑고 비석을 닦으며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알아보는 자리다. 망우리공원에는 민족대표 33인으로 끝까지 지조를 지킨 만해 한용운 선생을 비롯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가 잠들어 있다. 손기정 선수 시상식 사진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퇴사당한 언론인 설의식, 일본의 무분별한 개발과 수탈적 임업정책에 항거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같은 인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용산구는 올해 광복절을 맞아 김상옥 의사 항거터와 손기정 선수 옛집 두 곳에 입식안내판을 설치했다. 지난 3월부터 진행해온 '용산 역사문화명소 100선 안내판 제작사업'의 하나인데,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히 항일애국지사 관련 명소를 선택했다. 김상옥 의사는 1923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것으로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다. 20대 초반에 공장을 세우고 조선물산장려운동, 일본 수입품 배척운동에 앞장섰고, 공장 직원 50여명을 이끌고 3.1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무력투쟁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암살단을 조직했다. 상하이로 건너가서는 김원봉이 이끌던 의혈단에 입단해 활동했으며, 다시 국내로 돌아온 1922년 독립운동가 탄압의 상징이었던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졌고, 경찰 추격을 피해 후암동(당시 지명은 삼판통)에 살던 매제 고봉근의 집에 몸을 숨겼다. 입식안내판은 바로 이 고봉근의 집 터(후암동 28바길 5) 인근에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나가 첫 금메달을 딴 인물이다. 입식안내판은 손기정 선수 옛집(원효로 83길 12) 앞에 세웠다.

관악구는 한국근대사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좌로 광복절을 맞는다. 관악구는 숭실대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과 함께 모두 4차례의 강의를 준비했다. 13일에는 '정동에서 만나는 대한제국의 근대'를 주제로 한 성주현 숭실대 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오는 20일에는 현광호 고려대 교수가 '서울에서 만나는 동학혁명과 천도교'를 주제로, 27일에는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 원장이 '일제의 서울 문화유산 파괴와 의미'를 주제로 강의를 한다. 마지막 강의는 다음달 3일 열리는 김형목 독립기념관 연구위원이 맡는다. 주제는 '서울에서 만나는 독립운동과 일제의 식민통치'다.

이 밖에도 구로구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대 NC 야구경기 시구·시타를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에게 맡기기로 했다. 실제 이날 시구는 최용희 광복회 구로지회장이, 시타는 최 회장의 외손 김동혁(12)군이 한다. 영등포구는 광복절 당일 채현일 구청장과 직원, 주민자치위원 등 126명이 영화 봉오동전투를 함께 관람한다. 동작구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앞으로 100년 역사를 써내려갈 청소년들을 위해 '맘껏 뛰어라 시즌4'를 준비한다.

서울시는 15일 광복절 기념 타종식에 뜻 있는 인사들을 참가시킨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이옥선 할머니와 한국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선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7년째 평화의소녀상을 지켜온 플루트 소녀 변미솔양이 타종에 참여한다. 14일 남산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민 모금으로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서울 남산 조선신궁터 부근에 세워지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는 기림비 공식 이름을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김신일 이제형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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