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성금으로 조성, 14일 제막 … 성동구 청소년 "내가 소녀상이다"

일본 아이치현 국제예술제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가 소녀상 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주민들이 건립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성금을 조성했고 지자체에서 힘을 실어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근 성동구 청소년들은 소녀상이 공식적으로 선을 보이는 '위안부 기림의 날'에 맞춰 '내가 소녀상이다' 행위예술을 선보인다.

송파평화의소녀상. 사진 송파구 제공

 


송파구 평화의 소녀상은 역사를 공부하는 소년들 건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7월 오금동 보인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구 누리집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렸고 곧 건립추진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지난 1월 건립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지역 내 문화 종교 여성 청소년 소상공인 시민사회 등 131개 단체 2800여명이 동참해 6개월간 1억원에 달하는 성금을 모았다.

송파구는 역사·문화적 상징성을 띤 지역 명소인 가락동 송파책박물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하고 기념정원까지 조성했다. '기억과 인권과 평화의 정원'은 261.5㎡ 규모. 주민들이 역사를 공유하면서 꽃과 나무를 통해 평화를 지지·후원한다는 의미다.

'위안부 기림의 날'인 14일 제막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내는 춤 공연을 참석자들이 함께 하며 평화와 미래를 향한 의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주민들 의지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며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감과 공유의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동구도 이날 오후 성내동 구청 앞뜰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연다. 똑바로 서서 한발을 내딛고 있는 소녀상은 지난해 7월 건립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추진위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홍보전과 함께 거리모금 바자회 등을 통해 건립비 5000만원을 모았다. 동참한 시민만 1000여명이다.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회에서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에 동참했고 지역 축제에서는 중학생 모임인 '아름드리'가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강동구는 올해 예산 3000만원을 편성, 지원에 나섰다. 기념비 설립과 운반비용 등 설치에 필요한 사항도 구에서 지원한다. 구는 소녀상 제막식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위안부 기림의 날에 맞춰 주민들 손으로 만든 평화의 소녀상을 선보이게 돼 뜻깊다"며 "피해자들의 아물지 않는 아픔과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동구 청소년들은 지난 2017년 건립된 왕십리광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되기' 행위예술을 한다. 청소년 100여명이 참여해 '역사 바로알기' 홍보전을 진행하고 '내가 소녀상이다' 문구가 새겨진 수건을 펼치는 형태다.

홍보전에 앞서 일본 역사왜곡의 실태를 고발하는 영화 '주전장' 시사회에도 참여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일본 학자와 활동가들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재반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다큐 영화다.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 김서경 작가가 평화의 소녀상 전시중단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동구 청소년들은 일상적으로 소녀상 관리·홍보도 한다. 6개 중학교와 7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주축으로 '역사울림 성동' 자원봉사단체를 구성, 소녀상과 함께 지난해 3월 조성한 '평화의 소녀상 기림비'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 역사 바로알기 홍보전, 외국인에 우리 역사 알리기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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