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 2016년부터 방송 … 선경도서관과 협력, 주제도서 비치

"남문시장 상인 그리고 고객 여러분, 우리나라에 씨앗을 대출해 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요즘 날이 뜨거워서 베란다에 뭘 키우면 잘 자라더라고요. 씨앗이 필요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됐는데요, 신기하더라고요. (중략) 씨앗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씨앗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지 벌써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살충제로 물이 든 벌건 씨앗들을 손으로 만지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직감이라고 하나. 아무튼 나는 그 때부터 씨앗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다 보니 씨앗의 문제는 단지 씨앗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과 맞물려 있고 공장식 축산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식탁으로 이어져 건강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4일 수원 못골시장 상인들과 이은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 사서(가장 오른쪽)가 함께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찬미 남문시장 통합방송국 방송단장(못골시장 오복떡집 사장), 송현영 못골시장 상인회 총무, 허보영 못골커피숍 사장. 사진 이의종


◆1달에 1회, 라디오 생방송 = 지난 14일 오후 12시 30분 이은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 사서는 수원 남문시장 통합방송국에서 48회 '책, 그것이 알고 싶다' 라디오 생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은 못골시장 등 9개의 주제별 시장이 모인 수원 남문시장과 상인과 고객 1만여명에게 1시간 가량 송출됐다. 이 사서는 2016년부터 1달에 1회(초기엔 1달에 2회) 주제도서의 선정에서부터 대본 작성, 선곡에 방송 당일 엔지니어링과 아나운싱까지 1인 방송을 이끌었다.

이날 주제도서는 홍성씨앗도서관이 집필한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 이 책은 씨앗을 빌려주는 씨앗도서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주민들이 나서 씨앗도서관을 건립하게 된 동기, 씨앗을 받는 방법과 역사를 할머니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는 '씨앗 마실' 등의 얘기들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상인들은 방송을 들으며 소감과 신청곡을 인터넷으로 전달하는 등 방송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이은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 사서가 방송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이용자 찾아 시장으로 =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부설기관인 농식품유통교육원은 수원에 위치한 농식품 전문 교육기관으로 △미래 농식품 산업을 선도할 인재 육성 △농산물 유통 핵심 인재 양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식품유통교육원의 전문도서관인 농식품전문자료실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내는 연구 자료 등 모든 발간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자료 협약 기관의 자료, 관련 동영상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의 서비스 대상은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막상 농식품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상에 바빠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까지 오지 못한다. 이에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은 서비스 대상을 찾아 나섰고 인근 시장 상인들을 위해 방송을 하게 됐다.

농식품 유통의 일선에 있는 시장 상인들이 결국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의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전문도서 외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주제도서를 선정해 얘기하고 농산물 수급정보, 농산물 안전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등 상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전달한다.

이 사서는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은 전문도서관으로 교육생 등 외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이며 교육생의 대부분이 유통사업자들"이라면서 "도서관은 항상 이용자를 생각해야 하는데 주 이용자들이 농산물 유통 현장에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초기 주제도서가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아 최근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함께 얘기해 볼 만한 책들을 고른다"고 덧붙였다.

수원 남문시장 내 레인보우 책수레. '책,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나온 책들이 비치됐다. 사진 이의종

◆"책과 가까워지는 느낌" = 최근 농식품유통교육원 전문자료실은 수원시가 운영하는 선경도서관 레인보우 책수레와도 협력했다.

선경도서관은 수원 남문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으로 남문시장 내 레인보우 책수레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방송에서 선정한 주제도서들을 비치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이날 레인보우 책수레에는 주제도서 중 하나였던 '나혜석 글쓰는 여자의 탄생' 등이 비치돼 있었다. 방송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궁금했던 책을 나중에라도 볼 수 있어 상인들의 호응이 높다.

김찬미 남문시장 통합방송국 방송단장(못골시장 오복떡집 사장)은 "처음 이 사서가 왔을 때 목소리가 씩씩했고 말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면서 "가게에만 있는 상인들은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데 사서가 시장에 방문해 오디오북을 읽어준다고 하니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허보영 못골커피숍 사장은 "상인들이 레인보우 책수레에서 책을 빌려가기도 하고 고객들이 카페에서 누구를 기다린다거나 할 때 책을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방송과 레인보우 책수레 덕에 책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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