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럽 싱크탱크 '브뤼헐'

홍콩 내 정치사회적 상황이 엄중하다. 약 20년 전 중국에 반환된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상황에 따라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홍콩이 중국 또는 전 세계에 미치는 중요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한때 '동양의 진주'로 불렸던 홍콩이 더 이상 중요치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1997년 중국 본토 생산량의 16%에 달했지만 2018년엔 3%로 하락했다. 지표를 보면 홍콩의 중요성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범유럽 싱크탱크인 벨기에의 '브뤼헐'은 19일 "GDP로만 한정하면 홍콩의 경제적, 금융적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며 "중국 본토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홍콩은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브뤼헐에 따르면 홍콩의 진짜 가치는 GDP 너머에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가 가진 핵심 취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역외 금융센터로서의 경쟁력이다. 홍콩만큼 거대한 규모의 역외 금융센터를 건설하려면 단연 제1의 필수조건은 자유로운 자본 흐름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폐쇄적인 자본시장을 운용한다.

홍콩은 2010~2018년 중국 기업의 해외 IPO(기업공개) 중 73%를 담당했다. 또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자 대상 채권 발행의 60%, 신디케이트론의 26%를 담당했다.

자금조달을 넘어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있어서도 홍콩은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다. 2010~2017년 중국으로 들어온 FDI의 64%, 중국에서 나가는 FDI의 65%가 홍콩을 거쳐 이뤄졌다.

 


이처럼 높은 비중은 홍콩이 중국과 서구를 이어주는 중매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과 서구 기업 모두 홍콩의 금융기관과 자금조달 풀을 신뢰해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중국 기업이 해외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도 홍콩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콩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위안화가 결제되는 최대 역외거래소였다. 중국 정부가 시차를 두고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홍콩은 중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에 특별 접근권을 갖고 있다. 바로 '후강퉁'과 '채권퉁'이다.

중국이 전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홍콩은 금융적 수족으로 기능하고 있다. 해외로부터의 자본조달 제한성과 외국계 금융자산 접근성의 어려움을 홍콩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부로부터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금융방화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금융기관은 점차 홍콩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중국 금융기관은 2010년 이후 3.2배 확장했다. 달러 기준으로 1조2000억달러다.

홍콩의 금융자산은 총액 기준에서 급성장했다. 여기서 중국은 다른 나라를 크게 앞질렀다. 홍콩의 금융자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2%에서 2018년 37%로 상승했다. 유럽계 은행들은 반대로 줄었고, 일본과 미국 은행들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역외금융센터로서 홍콩은 현재까지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성장세 측면에선 그렇다. 은행 자산 대비 GDP 비중을 보면 2002년 462%였지만 2018년 846%에 달했다.

홍콩은 1983년 '통화위원회제도'(currency board)를 채택한 이후 달러와의 연동제를 유지했다. 덕분에 이따금씩 정치적 위기가 닥쳐도 금융안정성을 지킬 수 있었다. 통화위원회제도는 달러의 유입과 유출에 맞춰 자국 통화량을 조절하고 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변형된 고정환율제도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브뤼헐은 "현재 홍콩이 직면한 딜레마는 경제·금융적으로 중국 본토에 의존하게 됐지만, 동시에 홍콩달러를 미국 달러와 고정적으로 연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홍콩 경제에 닥칠 충격이 중국에서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와의 연계성, 의존성 때문에 적절한 환율정책 또는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브뤼헐은 "의심할 바 없이 현재 홍콩달러 체제는 거대한 역외 금융센터로 발돋움하게 해준 원동력이었다"며 "하지만 경제에 부정적 충격이 닥칠 때 오히려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현 상황이 정확히 그런 시점"이라고 전했다.

현재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시중에 풀린 본원통화의 약 2배 수준이다. 자본유출이 급격해질 때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홍콩의 예금은 약 1조7000억달러다. 홍콩 GDP의 469%에 해당한다. 브뤼헐은 "홍콩 당국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서 본원통화를 계속 지키려 할 경우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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