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합리적인 사실인정 의문"

"세월호참사 보고시각 조작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포기한 법원의 판단을 엄중히 규탄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호철 변호사)은 19일 "부당한 사실인정과 양형을 통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눈물 닦는 세월호 유가족│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관련 선고 공판 후 세월호 유가족들이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0부(권희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 등을 조작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공문서를 작성할 당시 이미 안보실장 직을 사퇴해 허위공문서작성죄의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위법하게 변경한 혐의를 받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증거가 부족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의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 기재 발송시간이 수정된 데 대해 공소사실과 범행동기 사이에 어떠한 논리적 연관성을 찾을 수 없고, 작성자들 간의 모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범죄사실에서 삭제했다. 김 전 실장의 허위공문서작성·행사죄와 관련된 공소사실 중 대통령비서실이 세월호참사 당일 실시간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서면답변서를 작성하고 국회에 제출해 행사한 부분만 범죄성립을 인정한 것이다. 민변은 "상황보고서에 기재돼 있는 시각이 수정된 사실이 범죄와 연관성이 없고, 국회의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지를 정하기 위해 작성된 '예상질의 응답자료'가 허위공문서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으면서도, 피고인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장수 전 실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세월호참사 당일 대통령과 최초로 통화한 시간이 오전 10시 15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범죄 성립을 부정했다. 김 전 실장이 2014년 5월 22일 국가안보실장직에서 퇴임해 허위공문서작성·동행사죄의 작성 권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김 전 실장과 그의 지시를 받은 국가안보실 공무원과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재판부가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안보실 공무원들의 각 증언을 살펴봤을 때, 김 전 실장은 퇴임 전후로 허위 통화사실을 국가안보실 공무원에게 알려주며 작성에 반영할 것을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민변은 "김 전 실장과 국가안보실 직원 사이에 공모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관진 전 실장의 경우, 국가위기관리지침 수정을 위해 주관기관 장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위법한 국가위기관리지침의 수정에 김 전 실장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민변의 지적이다. 민변은 "김 전 실장이 국가안보실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수차례 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위법한 위기관리지침 수정의 인식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한지 한달도 안된 상황에서 국가위기관리지침 개정을 승인한 것일 뿐이므로, 공용서류 손상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