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유해성 입증안돼"

애경 "제조자 아닌 판매자"

유독물질을 사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 관계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14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음에도 관련자들은 죄를 짓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이 공소내용을 요약해 낭독한 후 피고인과 피고인측 변호인들이 입장을 밝히는 순서에서는 어느 누구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홍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납품업체 관계자 김 모씨 등의 공판준비기일을 병합해 진행했고 바로 홍 전 대표 등의 사건을 분리해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홍 전 대표는 2000년 10월 SK케미칼의 대표로 재직하며 가습기살균제 개발·제조·판매의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며 "SK케미칼은 2000년 10월 홈크리닉을 제조 판매하면서 독성흡입 시험 등 안전성 조치를 하지 않고 제조 판매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성 검사 부분도 지적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인수한 유공이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이뤄졌는지 등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SK케미칼 임직원 한모씨 등은 (위험성이 담긴) 서울대 보고서를 받아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영국의 모 기관에서 저독성을 인정했다며 '인체에 해가 없다'는 거짓의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과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옥시 등이 제조한 PHMG·PHG와 폐질환 연관성은 밝혀졌지만,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들어간 CMIT·MIT와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홍 전 대표 측은 "환경부가 올 1월 발표한 종합보고서에도 CMIT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검찰이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애경산업 대표도 "가습기살균제의 제조자가 아닌 판매자였다"며 "판매자로서 주의 의무를 충실히 했다"고 주장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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