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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국회의 위법관행 … 입법취지 스스로 무력화

청문일정 상습지연 ... 결산심사기한·법안소위 정례화도 유명무실

등록 : 2019-08-21 11:16:40

입법부가 법을 만들어놓고 스스로는 지키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동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청문회 일정을 인사청문회법에서 규정한 대로 하지 않으려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21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8월에는 청문회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 명확하다"면서 "이것은 인사청문회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요청안이 상임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등 인사청문과 관련한 절차를 모두 끝내야 하는 시점은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한 이후 20일 이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요청서는 지난 14일에 국회에 제출돼 16일에 상임위에 회부됐다. 8월30일까지 청문회를 마치고 9월2일까지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9월 2일 이후에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최대한 늦추고 있어 논란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부득이 인사청문회를 못했을 경우에는 청와대가 정하기 나름"이라며 "2일 시한을 줄수도 있고 10일 시한을 줄수도 있다"고 말했다.

9월 2일까지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문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추가시한을 주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먼저 하고 다른 후보자를 순차적으로 하게 되면 법에 규정한 시한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시한이 지난 이후에 열린 인사청문회가 관행적으로 (19대 국회이후) 12차례나 있었다"며 "눈을 감고 엄격한 주장을 하며 8월 30일 운운하는 것은 결국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자를 주장함으로써 인사청문회를 면피용으로 만드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거 위법한 사실을 통해 현재 위법을 정당화하겠다는 논리다.

인사청문회 협의 위해 회동하는 국회 정무위원장과 간사들 | 정무위원회 민병두 위원장과 간사들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19대 국회 이후 인사청문회가 제출일을 20일 지난 이후에 실시한 사례는 모두 9건이었다. 박근혜정부에서 5건, 문재인정부에서 4건이었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인사청문회 실시와 관련한 위법에서는 공범인 셈이다.

정기국회 이전에 결산심사를 마치도록 명시한 국회법도 위반사례가 많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단 한차례만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1일 이전에 결산심사를 마무리했다. 결산심사 결과를 차년도 예산안 심사때 반영해야 하는데도 예산안과 결산안 심사결과를 연말인 12월에 같이 통과시키는 경우도 나왔다. 결산심사를 정기국회 이전에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예산안 심사를 충실하게 하려는 입법취지에서 어긋나는 대목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요구로 채택된 '법안소위 월 2회이상 개최'를 담은 국회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달 17일에 시작해 1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지킨 법안소위는 25개 중 단 1개였다. 한달간 평균적으로 0.4회를 여는 데 그쳤다. '일하는 국회'라는 입법취지가 무너진 셈이다.

국회 사무처 고위관계자는 "입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벌규정이 없다는 허점을 국회의원들이 활용하는 것은 국회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격"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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