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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독일 난민아동 정책에 대한 단상

등록 : 2019-08-21 05:00:16

홍선기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로 다른 존재들의 만남은 충돌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충돌과 폭력을 걱정해서 만남을 포기해선 안 된다. 만남은 다른 세계를 접할 가능성을 활짝 열어 준다.”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 파리7대학 교수-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발표한 2017년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전체 난민 중 41%였던 18세 미만 난민 아동 비율이 2017년 51%로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즉 난민문제는 더 이상 난민으로만 그치는 문제가 아닌 아동의 문제로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난민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만들었던 사건도 터키해변에서 발견된 3살 시리아 난민 ‘쿠르디 아일란’의 시신이 언론에 사진과 함께 공개된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란이 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바로 아이들이다.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적어도 아동의 문제만큼은 절대적으로 그 보호에 앞장서야만 한다.

18세 미만 난민 아동 비율이 2017년 51%로 증가

우리가 이미 언론을 통해 익히 알다시피 난민문제와 관련해 가장 인권친화적인 모범적인 국가로 독일이 언급된다. 독일은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난민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그 핵심가치는 바로 ‘통합(Intergration)’이다. 이미 통일을 겪으면서 통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독일은 동·서독인들의 통합 프로그램을 외국인에게도 적용했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난민지원 정책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 난민으로 입국하게 되면 600시간의 독일어를 수강해야 하고 30시간 이상의 독일의 기본법, 역사,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난민을 사실상 독일인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성인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고 그 사회에 온전히 동화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이러한 통합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강제해도 서로 다른 존재들의 만남은 크고 작은 충돌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일제가 36년간 조선을 강제병합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우리말과 글을 금지했어도, 다시 말해 내선일체라는 명목으로 통합을 추진했어도 그 결과는 실패였듯이 통합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하지만 아동인 경우 그 통합프로그램의 효과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독일도 이미 ‘성인’ 난민을 독일 사회에 동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인지 ‘아동’에 대한 통합프로그램을 더욱 강화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3개월에서 12개월 정도의 아동도 유아원 또는 유치원(Kindergarten)에서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서 유치원 교사를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 유치원 교사를 증원시켜서 아동교육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려고 한 점이 눈에 띤다. 난민의 대부분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고정돼 있는 이슬람교인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유치원에서는 24개월 이상 아동만 받아주던 것과 비교해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얼핏 보면 난민부모들이 일찍 육아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복지정책인 듯싶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예 어릴 때부터 난민 부모로부터 떨어뜨려 애만큼은 부모와는 다른 차원의 독일인으로 만들겠다는 무서운 음모(?)가 아닐 수 없다.

아동부터 통합프로그램으로 독일인 양성

필자도 독일어를 사용할 때와 한국어를 사용할 때 사고방식이 조금 다른 점을 느낄 때가 있다. 성인인 필자도 독일어로 사용하고 독일어로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독일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하물며 모국어가 잡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독일어와 독일문화를 무조건적으로 흡수하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독일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18세 미만 난민아동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전체 난민 인정자 및 인도적 체류자의 약 20~25%가 아동이었지만, 2016년 이후에는 전체 난민 인정자 및 인도적 체류자의 약 50%가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우리도 난민아동 정책에 대해서 통합프로그램을 고민할 때가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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