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력의 심장인 증권가는 여의도공원을 사이에 두고 정치권력의 중심인 국회의사당과 맞서 있다. 크지 않은 섬의 동쪽과 서쪽을 나눠 점령한 대한민국 두 권력이 쉼없이 대한민국의 발전기를 돌리는 중이다.

돈과 권력 욕심을 원천으로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가는 이곳에서는 공통된 작동원리가 있다. 타이밍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시점과 권력에 도전하고 내려놓는 시점이 성패를 결정한다.

과거 2000년부터 7년동안 주식시장을 출입하면서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디 좋은 종목 없어?"였다. 그때 해 주는 얘기가 '손절매 라인'이었다. '벤처붐' 속에서 일확천금을 얻은 벤처 CEO와 연속 상한가로 재미본 투자자의 흥망성쇠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다. 주식투자에서는 사는 시점보다 더 중요한 게 파는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인, 투자자의 덕목이 절제인 이유다.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것 같지만 떨어질 때는 곧 반등할 것 같은 게 '내 주식의 주가'다. 남에게는 쉽게 조언을 할 수 있지만 자기 이익과 연관돼 있으면 이성이 흔들리기 일쑤다. 증권가의 격언인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발바닥에서 사서 머리꼭대기에서 팔고 싶은 일반적인 투자자에게 던진 따끔한 교훈이다. 올라갈 때 시점을 좀 늦게 잡아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문제는 떨어질때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손실을 보기 시작하면 투자자에겐 '아까운 원금'을 회복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등장한다. 자존심이 섞여 있기도 한다. 수익률이 -20%정도로 떨어지면 '이제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 아니냐'하는 근거없는 전망과 '곧 반등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동한다. '바닥 밑에 지하1층, 그 밑에 지하2층이 있다'는 증권가의 얘기는 '막연한 반등론'에 콧방귀를 뀐다. 수익률이 -30%, -40% 심지어 반토막나는 상황까지 가면 자포자기에 빠진다. 주식사이트를 끄고 '잊어버리자'고 돌아서 버리고는 생각날때마다 쓰디쓴 침을 씹는다. 결국 원금뿐만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종잣돈마저 날라가게 된다.

'손절매 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더 오를 것 같더라도 '어느 정도' 올랐으면 팔고 떨어질 때도 원금 생각에 머뭇거리지 말고 '어느 정도' 떨어졌으며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 그 '어느 정도'가 자신이 설정한 '손절매 라인'이다. 이 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선'을 정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선에 닿으면 곧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여의도공원을 넘어 경제권력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정치권의 손절매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서여의도의 최대화제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다. 사모펀드 투자, 딸의 입시부정 의혹 등 국민정서법을 건드려 전국민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포스트 문재인' '문재인정부의 개혁 상징' '문재인정부 핵심과제인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타이틀을 조 후보자의 온몸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청와대와 여당이 총력 엄호전에 들어갔다. '못 먹어도 고(GO)'다. 손절매 라인은 아예 없었거나 지워버린 것 같다.

'조 후보자가 낙마하면 사법개혁도, 문재인정부도, 총선도 무너진다'는 배수진을 치고 스스로 운신 폭을 좁혀놨다.

조 후보자가 종잣돈같은 '촛불혁명의 힘'과 맞바꿀 정도인지 궁금해진다. 가짜뉴스에 휘둘린 국민여론이 곧 차분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마이너스 주가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대'와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법무부 장관자리이기에 시간이 우리 편이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손절매 라인'을 생각하고 그 시점이 오면 결단해야 재기할 기회가 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한 '손절매라인'은 있을까. 싸움은 시점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쪽이 유리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