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군사위협 동반한 대화 흥미없어" … 북미실무협상 재개와 연계

북한이 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자신들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 해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북미실무협상 재개 등 비핵화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까지 비핵화의 맞교환 대가로 요구해왔던 △체제안전보장 및 군사위협 해소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협정의 3대 조건 중 안전보장과 직결된 군사위협 해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중국 방문한 북한군 김수길 총정치국장 | 김수길 북한군 총정치국장(붉은 원)이 대표단과 함께 베이징의 마오쩌둥기념당과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 중국군 신문전파중심(방송센터), 상하이에 있는 중국공산당 제1차대회 기념관과 국방대학 정치학원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한 가운데 공식 입장을 낸 것이라 북미실무협상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신냉전을 불러오는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변인은 한국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을 거론하며 "첨단살인장비들의 지속적인 반입은 북남공동선언들과 북남군사 분야 합의서를 정면 부정한 엄중한 도발로서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고 떠들어대고 있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위선과 이중적인 행태를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가증되는 군사적 적대행위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물리적인 억제력 강화에 더 큰 관심을 돌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도가 아니겠는가에 대하여 심고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더욱이 미국이 최근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일본을 비롯한 조선반도 주변 지역들에 F-35 스텔스 전투기들과 F-16V 전투기들을 비롯한 공격형 무장 장비들을 대량투입하려 하면서 지역의 군비경쟁과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최대로 각성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합동군사연습과 남조선에 대한 무력증강책동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위험한 행위로 된다는 데 대하여 한두 번만 강조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한국 공군은 2021년까지 총 40대의 F-35A 전투기를 전력화할 계획으로 바로 전날 2대가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서 미국은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지상발사형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외무성 대변인의 이번 담화는 한국군의 첨단방위력 증강과 미국의 전략자산 역내 배치 움직임 등이 '군사적 적대 행위'이고, 이는 북한이 북미대결의 근본 원인으로 주장해온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그간의 기본적 주장이다.

올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0일 시정연설에서 "더 이상 제재해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뒤 북한이 안전보장+군사위협 해소란 기본 주장으로 전략방향을 잡았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담화가 비건 대표의 방한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화 의지는 있다고 했으나 '군사위협 해소'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북미실무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어떤 수위로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가져와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혀서다.

따라서 북한이 조기에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고, 협상이 재개되면 군사위협해소를 초기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의중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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