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서 역설

일부 의원들과 설전도

정경두 국방장관이 간만에 결기를 보였다.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정 장관은 야당의원들의 비판에 당당히 맞섰다.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북한의 소형 목선 삼척항 입항 이후 잇따른 악재로 수차례 대국민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이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한때 경질설까지 나돌 정도로 거취가 불안한 상태였지만 이날 국회 답변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중러 군용기의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해에 대해 경고사격 등 침착하면서도 단호한 대응을 한 것을 계기로 정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신감을 회복했고, 군에 대한 무분별한 폄훼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맞섰다.

21일 국방위에서 정 장관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질의에 답변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한미연합훈련을 없애고 축소하고 그러는데, '그 전보다 잘한다'고 하면 그 궤변을 누가 믿나"면서 "병력 동원을 하지 않는 훈련이 제대로 된 훈련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병력을 동원하는 훈련이 아니다"면서 "의원님은 훈련을 계획하거나 참관은 해보셨나"라고 응수했다.

다시 이 의원이 "나도 엄청난 연구를 한다. 그따위 소리를 장관이 어떻게 질의하는 의원에게 하느냐"면서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고 그렇게 폄하하고 멋대로 해도 되는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정 장관은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는다. 제발 우리 군을 폄하하지 마십시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국방위원인데 왜 국방 전문가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 장관은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과도 충돌했다.

정 장관은 이 의원이 한미군사훈련을 제대로 안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를 계속하자 "자꾸 안 한다, 안 한다고 이상하게 몰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과거보다 더 강한 훈련, 강한 연습, 더 확실하고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는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맞받았다.

분위기가 험해지자 안규백 국방위원장이 "여야 불문하고 상식 수준에서 질의응답을 해주시면 좋겠다. 장관도 인내심을 갖고 해달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그제야 정 장관은 "장관으로서 사과드린다"며 "타당성 없는 말씀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 군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정 장관은 북한의 도발과 막말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북한이) 저급하고 천박한 용어를 쓰면서 그러는데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면서 "걔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의 국방 태세가 약화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원래 맏형은 막내가 재롱부리고 앙탈부린다고 같이 부딪쳐서 그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현안이 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 차원에서 신중하고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 결정사항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의 효용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아니겠나. 도움이 안 되면 바로 파기하면 된다"고 답했다.

국방부와 군 안팎에서는 지난달 목선 사건 이후 한 달 가까이 쏟아진 각종 비판 등이 사실관계보다 과대하게 포장돼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의도적으로 군을 흔드는 측면이 있었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날 국방위에서 정 장관이 보인 결기는 이런 군 안팎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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