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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내일 기자리포트]

독일국채 DLF 투자손실은 작은불?

더 큰 문제는 홍콩사태

등록 : 2019-08-22 13:20:22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주요국가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5000억원 가량의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거액을 잃었고, 안전 자산을 투자하는 곳이라고 믿었던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게 가장 뼈아픈 일일 것입니다.

금융시장이나 은행을 이용하는 전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3600여명 가량의 투자자 손실은 작은 부분에 그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에 있습니다.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피해배상을 하고 불신의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작은 불’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홍콩사태에 더 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홍콩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파생결합증권인 ELS의 주요 기초자산 중 하나는 바로 홍콩H 지수입니다. ELS는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입니다.

최근 H지수는 9000~1만선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지수가 7000선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합니다. 다소 여유가 있지만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갈 경우 지수는 순식간에 급락할 수 있습니다. 올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규모는 40조208억원으로 전체 ELS 발행액의 7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커지면 DLF보다 훨씬 큰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홍콩사태는 단순히 H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국내 주가와 금리, 각종 지수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습니다.

DLF사태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배상을 받으려면 각자가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야하고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돼야 합니다. 홍콩사태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면 금감원에 들어올 분쟁조정사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금감원이 DLF를 ‘작은 불’에 홍콩사태를 ‘큰 불’에 비유하는 이유입니다.

은행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정부가 아무리 예금자보호를 강조해도 사람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뱅크런’이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큰 불’이 일어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 발생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DLF사태를 최대한 빠르고 원만하게 수습하는 게 금융당국과 은행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입니다. 무조건 금융회사의 책임으로 몰아서도 안되고 투자자들도 ‘자기책임의 원칙’에 맞게끔 손실을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발생했던 키코 사태와 유사합니다. 당시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키코 사건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에 계류 중입니다. 은행들이 분쟁조정에 소극적이어서 상당시간이 지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은행들이 DLF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DLF사건을 계기로 은행들이 키코 사건에 대해서도 입장을 선회하길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두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라서 연동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분명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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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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