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속도내나, 황측 "모든 기득권 포기"

원희룡 권영진 김기현 박성효 "힘 합쳐야"

유승민·안철수 빼고 공화당 통합? 우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야권통합을 위해 직접 나선다.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27일 야권통합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전례 없는 보수야권통합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다만 보수야권통합의 중요축인 유승민·안철수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벌써부터 '반쪽통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 대표는 27일 오전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세션 2 '야권통합과 혁신의 비전' 토론회에 참석한다. 지난 20일에 열린 세션 1 '위기의 대한민국과 보수의 성찰' 토론회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참석해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보수야권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넓혔다.
최고위원회의 들어서는 황교안 대표 |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27일 토론회에서 황 대표는 보수야권통합의 절박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24일 광화문집회에서 "우리 다 합쳐서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 합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며 "자유 우파의 통합을 위해서 저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태까지 총선이 20번 있었는데 자유 우파 정당이 이긴 것이 15번"이라며 "(패배한 5번은) 나뉘었기 때문에 졌다. 우리가 뭉쳤을 때는 다 이겼다"고 말했다.

황 대표측에서는 황 대표의 언급("저를 내려놓겠다")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달라고 밝혔다. "보수야권 분열→총선 패배→문재인정부 폭정으로 인해 대한민국 망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야권통합을 위해 황 대표가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황 대표에게는 제1야당 당권과 공천권이란 기득권이 있다.

27일 토론회에는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보수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박찬종 변호사도 참석한다.

원 지사는 지난 25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황 대표를 겨냥 "황 대표의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황 대표 역시 이대로 가만 있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당내 설득은 물론 당밖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통합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대표가 당내 친박의 반대를 무마하고 당밖 유승민·안철수 등을 아우르기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황 대표와 야권인사들이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실제 보수야권통합이 성사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다. 황 대표는 "저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인사나 정책에서 어떤 변화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인 혁신이 답보 상태인 것이다.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이 여전히 황 대표를 둘러싸고 있고, 친박은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의 중요축인 유승민·안철수측의 무덤덤한 반응도 관건이다. 유 의원은 "한국당이 보수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고 누차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한국당의 반성과 변화를 통합 논의의 출발점으로 보는만큼 지금 상황에서 보수야권통합 논의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20일 토론회에도 본인이 직접 나오는 대신 같은 바른정당 출신인 정병국 의원이 참석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토론회 주최측 연락을 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황 대표의 보수야권통합이 자칫 한국당과 공화당만의 '극우통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야권통합을 주도하는 야권인사는 26일 "통합은 보수 플러스 중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인데, 만의 하나 한국당과 공화당만의 결합으로 귀결된다면 마이너스 통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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