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

김명수 사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째 되는 달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시행한 것 중 괄목할 만한 하나를 꼽으라면 법원장 추천임명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지방법원의 법관들이 법원장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이다. 이는 서열문화를 없애 사법농단의 제도적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법관의 관료제화를 방지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창안자인 막스 베버((Max Weber) 도 개인을 기계의 톱니바퀴 역할로 전락시킨다며 그 획일성을 우려했던 것이 관료제다. 그 동안의 사법농단 재판에서 “지시에 따랐다”는 법관들의 증언은 법관의 관료제화 및 그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반쪽에 그쳤으나 법원장 추천임명제는 큰 성과

지난 해 12월 김 대법원장은 대구지법과 의정부지법 두 곳에 대하여 법원장 후보추천 시범실시제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대구지법은 법관들이 추천한 3명 중 1명인 현 손봉기 법원장이 임명되었다. 이와 달리 의정부지법은 법관추천 후보가 아닌 현 장준현 법원장이 임명되었다. 해당 지법에서 추천한 법관의 경우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고 사법행정 경험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의 인사실험이 반쪽에 그쳤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뿐만 아니라 향후 확대실시가 예상되는 만큼 그리 염려할 것도 아니다. 이미 풀뿌리 민주주의에 익숙한 우리 국민에게는 시도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법원공무원노조 실시 2019년 상반기 법원장 다면평가 결과에 따르면 손 법원장의 경우 평가항목인 관리자 적합성 여부, 재판권 간섭 여부, 대법관 적합성 여부에서 평균 90점을 웃도는 점수로 법원장 중 3위에 랭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을 제외한 직원에 의한 평가가 없었고, 평가기간이 짧았다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법관들 만에 의한 추천이라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타당성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또 사법행정권 행사라는 법원장 직무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다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먼저 추천 주체가 법관에 한정되었다는 점이다. 독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재판사무만을 행하는 법관이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법원장은 그 소속 법원에 대한 사법행정사무의 관장과 소속 공무원의 지휘.감독을 주된 임무로 한다. 법원장 추천에 일반직원까지 참여시켜야 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추천된 법관을 임용하라는 것이다. 소속 법원의 다수 법관들이 특정인을 추천한 데는 법원장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추천자가 임용되지 않은 의정부지법 장 법원장의 자질을 문제 삼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그 역시 손 법원장과 마찬가지로 지방법원 부장판사였던 점, 같은 사법연수원 22기인 점 및 평가결과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훌륭한 법관인 점을 생각하면 반쪽실험에 그쳤다는 비판을 덮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지만 제왕적 임용권에서 벗어나 상향식 인사를 시도해 보자는 본래의 취지를 감안하면 결과를 떠나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추천을 개인의 감정적 요인에만 맡기기보다는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성적, 감성적 요소가 두루 포함되어야 한다. 법원장은 이 양면의 인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법원장으로 추천받으려는 포퓰리즘 법관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항간의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평생법관제와 평생검사제 안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대구지법 한 곳의 성과만으로 섣부른 일반화는 위험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세평 및 법원 내부의 평가로 보아 이만하면 성공한 것으로 여길 만하다. 법원장 추천기준에서 더 이상 기수 높낮이나 사법행정 경험 유무가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추천제를 시행하면서 대법원장 자신뿐만 아니라 해당 법원장까지 소통에 터 잡은 민주적 리더십이 돋보이는 인사실험이었다.

법관인사에 이어 다섯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인사를 보여준 검찰총장 임명도 큰 화젯거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신선한 시도가 지금까지 깊이 뿌리박혀 온 사법기관의 기수문화 파괴로 이어져 평생법관제와 평생검사제를 안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