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택 경기 시흥시장

지난해 개최한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성공적 개최의 숨은 주역은 또 한 명의 국가대표로 불렸던 자원봉사자였다.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에 큰 산불이 났을 때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복구를 돕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을 위로했다.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7년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 앞바다는 복구까지 20년이 걸린다는 예상과 달리 100만명의 봉사자들 덕분에 수년 만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야말로 기적이다.

길에서 강도를 만나 홀로 죽어가던 사람을 구했다는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은 자원봉사자를 빗댄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특별한 이득이 없는데도 스스로 공공선을 실현한 점이 자원봉사의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1365 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착한 사마리아인’은 429만명으로 그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일방적 베풂’에서 ‘나눔과 참여’로 자원봉사 패러다임 바뀌어

경기도 시흥에도 10만6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오는 20일 열릴 ‘시흥갯골축제’ 등 대규모 행사를 비롯해 불법광고물 정비, 환경정화 같은 다양한 시정에 자원봉사자의 숨결이 닿아있다. 이들은 행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평소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찾아가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통상적인 봉사의 개념이 ‘일방적인 베풂’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상호호혜적인 나눔’과 ‘참여’, ‘변화’의 의미로 확장됐다. 이에 따라 자원봉사의 범위도 사회복지 외에 안전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원봉사가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산업화, 도시화할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자원봉사의 가치를 강화하고 자원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 자원봉사센터다. 시흥시자원봉사센터는 봉사자 발굴과 교육, 자원봉사문화 확산 등 자원봉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17년간 민간에 위탁했다가 2015년부터 시 직영으로 운영했는데, 최근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해 민간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자원봉사가 인프라 구축이나 양적 팽창에 기여했다면 이제는 민간 주도로 자원봉사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질적 성장에 집중할 때이다.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 중 절반가량인 52.8%가 관 주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민간화하는 추세다.

현재 시흥시 자원봉사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마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언제나 자원봉사’는 봉사자가 직접 팀을 구성하고 활동 내용을 기획, 실행하는 우리 시의 새로운 자원봉사 모델이다. 가족과 함께 산책하며 마을 청소하기, 거리의 개똥 치우기, 이웃에게 캘리그라피 써주기 등 시민이 직접 제안한 30여개의 창의적인 자원봉사가 마을 곳곳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주인으로 만드는 봉사의 힘이다.

시민이 직접 제안한 창의적 자원봉사가 ‘변화의 씨앗’

나아가 이들은 지역사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태풍 ‘솔릭’이 북상했을 때 우리 시는 ‘재난봉사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재난봉사네트워크는 관내 11개 재난 전문 봉사단체와 관계부서가 구성한 협력체계로, 위기상황 발생 시 공공질서, 복구와 수습, 인명구조 등 분야별 역할을 수행하며 마을을 지킨다. 우리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어루만지는 이들도 자원봉사자다. 지역자원을 연계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의 공부방을 마련하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원봉사자가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마땅한 예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하지 않을까. 묵묵히 힘든 세상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