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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미 제조업 침체국면 … 트럼프 재선 위협"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록 : 2019-09-11 10:31:02

미국 위스콘신주 브로드헤드에서 농기계 제조업체 '쿤노스아메리카'를 운영하는 그레그 페트라스(56)는 미중 무역전쟁 뉴스가 나올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폭탄의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페트라스는 계속 손실을 보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와의 인터뷰에서 "완전 거짓말이다. 트럼프 역시 거짓말인줄 알면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600여명의 직원을 둔 그는 "무역전쟁으로 비용이 높아지는데 매출은 하락하고 있다"며 "트럼프에게 '도대체 그런 말을 왜 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주까지 2주 동안 약 250명의 직원들이 강제휴가를 보냈다. 페트라스는 내달 초 또 다시 강제휴가를 단행할 계획이다. 신규주문이 급감하면서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 관리자들은 백악관이나 월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제조업 밀집 지역의 경기가 안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주말 교대근무는 사라졌다. 4년 전 4억달러 연매출을 기록했던 쿤노스아메리카는 이제 간신히 공장가동률 50%를 맞추는 수준. 쿤의 대표 상품인 비료살포기와 가축사료기에 색깔을 입히는 공장은 39% 가동에 그친다. 400만달러를 들여 연구개발 건물을 짓기로 했지만 무기한 연기했다.

미국의 경제 전반이 침체에 돌입했느냐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제조업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지난 2년 동안 제조업 상황은 괜찮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제동을 걸었다.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달러가치도 올랐다. 관세 때문에 재료비는 상승한다. 이 때문에 미국 제조업 매출은 1년 전보다 줄었다.


지난 3일 미 공급관리협회(ISM) 발표에 따르면 8월 제조업 활동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둔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자료도 부정적 흐름을 확인했다. 연준에 따르면 2분기 연속 제조업 생산량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주가와 채권금리가 요동쳤다.

2017~2018년 트럼프 재임 첫 2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늘었지만 이제는 추세가 반전됐다. 미국은 올해 4만4000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늘렸다. 전년 동기엔 17만개 증가였다.

싱크탱크 '이코노믹 이노베이션 그룹'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등 트럼프 재선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22개 주에서 생산직 일자리가 줄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것에 배치된다. 보호주의 무역정책 도입과 세금감면, 규제철폐 등 트럼프가 내세운 경제공약의 목표는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 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과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미국우선주의' 어젠다 등은 제조업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유세에서 국제무역과 글로벌화를 거칠게 공격했다. 이는 위스콘신과 같은 산업지대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본인의 업적으로 자랑하는 제조업 회복세를 스스로 망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분석에 격분한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급부상하는 경제적 라이벌을 제압하는 필요불가결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경제상황보다 더 중요한 건 중국을 꺾어놓는 것"이라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중국 관세의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들에게는 "관세 때문이 아니라 경영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면박을 줬다. 동시에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참모들은 "경제둔화에 대한 책임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한 연준과 미국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달러강세에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제조업 일자리 확충 지표를 들여다보라고 강권한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올해 8월말까지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48만5000개가 늘었다.

BBW "하지만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현재의 상황을 2016년 대선기간과 유사하게 만드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약하고 불균등한 경제회복세를 질타하며 정치적 혜택을 봤다. 유세기간 러스트벨트를 돌아다니며 보호주의 정책 도입을 약속해 지지를 얻었다.

미국이 2분기 연속 제조업 생산 위축을 보인 건 2016년 상반기가 마지막이었다. 그해만 3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국제유가가 붕괴하면서 그 여파가 제조업으로 퍼진 탓이었다.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등 산업지대는 셰일오일 프로젝트 감소, 셰일업계를 지원하는 철강 등 제조업의 공급 약화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당시도 올해 2분기 3.1% 생산위축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나라 전체적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무너진다는 신호는 없다. 하지만 정치에서 타이밍과 지리는 매우 중요하다. 2017~18년 제조업 고용은 늘었다. 반면 올 1~7월 8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군보다 제조업 위축으로 인한 정치적 타격이 더 크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마크 무로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에 표를 준 지지자의 약 12%가 제조업에 종사한 사람인 반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경우 7% 아래였다. 경합주만 따로 추리면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경합주에서 트럼프에 표를 던진 유권자의 21%가 제조업 종사자였다. 무로는 "트럼프가 대비해야 할 지점"이라며 "민주당의 경우 경제가 악화되도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쿤노스아메리카의 페트라스 대표는 일평생 공화당원이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주저하긴 했지만 트럼프 후보에 표를 던졌다"며 "하지만 이제 무당파로 돌아섰으며 내년 대선에선 아예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구매직 간부 짐 파움은 "공장 내에서 체감하는 경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파움에 따르면 최근 몇달 동안 예고 없이 전화해 상품을 소개하며 구입해보라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는 많은 공장들이 쌓여가는 재고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파움은 이를 가장 신뢰하는 경기지표로 본다. 그는 "이런 종류의 전화는 경제상황의 진실을 가장 정확히 말해준다"며 "월가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물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난해 철강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철강 수요가 하락하고 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산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면서 올해 들어 철강 가격은 내려갔다.

하지만 쿤노스아메리카는 여전히 충격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동안 철강 원료를 구매하기 위해 지출한 돈은 전년 동기 대비 250만달러 늘었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 2억5000만달러의 1%에 해당한다. 게다가 올해 외국 공급업체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에 대해 관세로만 100만달러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페트라스 대표는 "중국에서만 생산하는 볼베어링을 수입하는 비용은 13만8000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수입부품 비용은 늘어나는데 중국 수출시장을 잃은 농업계의 농기계 주문마저 하락하면서 쿤노스아메리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BBW는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량을 크게 줄이면서 옥수수나 대두를 비롯한 거의 모든 농작물이 공급과잉 상태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수년 전 중국의 수요 급증에 고무돼 미국 농가들이 중국 수출용 경작지를 크게 늘린 탓도 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대책으로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페트라스 대표는 "올 여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고조시키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높아졌다. 경제가 좋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쿤노스아메리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대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도 지난 5월 판매 부진으로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조업에 미치는 무역전쟁 여파는 농업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인디애나주 소재 디젤엔진 제조업체인 '커민스' 경영진은 세계 1, 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트럭 시장이 침체하면서 비상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 CEO 톰 라인바거는 "올해 미중 시장에서의 매출이 급격히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량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생산량을 감축한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 관세로 높아진 비용을 해고 외의 수단으로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라인버거 회장은 "올해 관세로 인한 추가비용만 1억50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017년 공화당이 통과시킨 법인세 감소분 혜택 7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겨냥했다던 관세는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막대한 세금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떠나라'는 트럼프의 제안을 라인버거 회장은 일축했다. 중국은 커민스의 디젤엔진 생산, 판매의 40%를 차지하는 공장이자 시장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중국에 엔진을 팔았다. 중국에서 공급망을 짜는 데 수십년을 들였다. 중국은 국제적 확장 전략의 핵심이었고 그 덕분에 각종 경영위기를 무사히 넘긴 적도 많았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당시 커민스의 매출은 57억달러였고 수익은 적자였다. 지난해 240억달러 매출에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중국의 기여가 상당히 컸다.

BBW는 "중국은 미국 공장을 빼앗아가는 악당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현재 실상은 미국 기반 제조업체 상당수의 운명이 중국에 달렸다"며 "시장이자 공장, 공급기지로서 중국이 가지는 힘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참모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굴착기 제조기업 '그레이덜'의 CEO 마이크 하버만은 올해 나름 괜찮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관세가 중국 수출에 미칠 영향 때문에 걱정이다. 중국 시장은 그레이덜 매출에서 약 6%를 차지한다.

굴착기 1대당 40만~50만달러인데 여기에 25% 관세가 붙게 되면 관세 영향이 없는 독일의 경쟁업체에게 중국 시장을 빼앗긴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신입직원을 뽑지 않고 있다. 하버만 대표는 "관세로 500만달러 손해를 보면, 경영에 큰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요크 카운티에 공장을 둔 앨런 클린지는 올해 여름을 워싱턴을 왕복하는 일에 소진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선적컨테이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가족소유 기업을 운영하는 클린지는 중국 사업자측에 온도조절이 가능하면서 폭발 위험이 없는 컨테이너를 약 15만달러어치 주문제작하고 있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관세 목록에서 컨테이너를 제외시켰다. 하지만 클린지의 고난이 끝난 건 아니다.

그는 기타 수입 부품에 대해 관세를 물고 있다. 또 지난해 부과된 관세 때문에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해 손실을 보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미국 기업을 인수한 1980년대, 당시 여섯살이었던 클린지도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이민했다. 전체 회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된다. 때문에 글로벌 무역이 침체되는 상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설비확장 계획을 보류한 클린지는 "석달 앞의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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