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검찰업무 감독권한 막강

"전문가 폭넓게 등용해 권한줘야"

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조 장관은 9일 첫 간부회의에서 검찰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구성을 지시했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항 외에 법무부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다.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권한은 검찰청법에 규정돼있다. 대통령의 검사 임명·인사권을 보좌하는 제청권을 비롯해, 검찰사무 최고 감독자로서의 권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권, 검찰조직 개편권 등 막강하다.

국회입법 없이도 △특수부 축소 등 조직개편 △감찰기능의 정상화 △적폐검찰 솎아내기 등은 장관의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대통령령 개정으로 특수부 축소 가능 = 검찰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특수부 축소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수사에 착수해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도 서울중앙지검이 형사부에서 특수부로 사건을 옮긴 후 벌어진 일이다. 특별수사부의 준말인 특수부는 일반 형사사건 수사가 아니라,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일종의 별동대다. 그러다보니 성과를 내기 위해 타건 압박수사 등 강압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등 많은 문제를 낳았다. 최고의 특수부로 불렸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것도 '거악의 척결'이란 긍정적 기능보다 강압수사 등의 부정적 기능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특수부는 법이 아닌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른 조직이다. 영 제13조는 서울중앙지검에 특수1부~4부를 두고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을 수사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조직을 규정한 대통령령을 개정만 하면 특수부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찰 특수부를 축소하는 일"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하나의 특수부만 남기고 대폭 축소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검찰개혁 방안으로 특수부 축소를 언급했다.

◆'감찰권 행사않겠다' 규정 만들어 = 검찰개혁의 두 번째 과제로는 감찰기능의 정상화가 꼽힌다. 검찰은 법무부의 소속기관으로서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검사들에 대한 감찰권 역시 법무부가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를 행사하지 않고 있다. 행사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행사하지 않겠다고 관련 규정까지 만들었다.

법무부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 제5조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자체 감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비위조사와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검찰의 자체 감찰 후 2차적으로 감찰을 수행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법무부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용민 변호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개혁은 통제받지 않는 검찰권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감찰권조차 (법무부가 아닌) 검찰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 검찰이 조사해서 사실상 징계한다"며 "징계는 법무부에서 결정하지만 사실상 검찰의 감찰결과를 대부분 수용하고, 더 나아가 감찰기록도 넘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검사가 잘못한 경우 외부에서 처벌하거나 징계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2005년 감찰권 양도후 만들었던 법무부감찰위원회도 노무현정부 시절 운영되다가 정권이 바뀐후 흐지부지됐다.

그후 검사들의 비리가 연이어 터졌으나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하지 않았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성범죄를 저지른 검사와 공문서를 위조한 검사가 아무런 처벌도 없이 조용히 사표를 내고 덮은 사건에 대해, 내부 감찰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하자 경찰에 고발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대통령·대법원장도 처벌받는데 검찰만 예외" = 적폐검사에 대한 인사도 중요한 검찰개혁의 하나로 꼽힌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적폐수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 두명, 전직 대법원장, 수많은 고위 관료들, 대법관들, 전직 경찰총수들 다 법정에 섰다"며 "그런데 과거 보수정권하에서 검찰권을 남용했고 권력과 결탁해 어떤 특권을 유지했고 그래서 촛불정국에서 국민들로부터 국정농단의 제1공범으로 지적받은 검찰, 그 검찰안에서 검찰권을 남용했던 이런 사람들에 대한 그 어떤 적폐수사 이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 교수는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엄정한 인사권을 통해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책임있는 사람은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며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의 뜻에 동참하지 못하고,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검사들은 다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은정 검사도 지난 1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참여연대 등에서 검찰권 오남용 사례를 수차 지적했는데, 관련 검사들이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피해자들은 물론 그들의 행적을 잘 알고 있는 검찰 안팎의 많은 사람들이 검찰개혁 의지를 체감할 수 있겠으며, 과연 그런 검사들이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검찰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 장관이 과연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적폐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빠른 시간 내에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설치해, 검찰개혁과 법무 행정 혁신에 대해 장관에게 조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기구는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위상에 맞는 권위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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