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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33)]

'추석이혼' 위기, 부부간 진솔한 대화 필요

등록 : 2019-09-11 10:36:39

임경숙 법학박사 법무법인 산우

A와 그의 아내 B는 다가올 추석연휴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B는 스트레스로 불면증까지 얻어 혹독한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다. 명절에 찾아 뵐 집안어른들 때문인데, B는 연휴 내내 몰아칠 손님들을 대접하고 차례를 위한 음식을 장만할 일이 까마득하다. 명절마다 유난히 B의 모든 행동에 참견을 해오는 시어머니 때문에 더 괴롭다. A는 예민해져만 가는 B를 보며 이번 연휴에도 B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내내 눈치를 살펴야 할 것 같아 벌써 피곤함이 몰려온다.

부부는 결국 추석연휴가 시작하기도 전에 크게 싸우게 되었는데, 격해진 감정에 결국 이혼이야기까지 나온 상황이다.'명절증후군'이란 명절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우울증 등을 말한다. 장시간에 걸친 이동이나 제사준비 등 가사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 유교문화에 뿌리를 둔 성 차별적인 대우나 세대 간의 갈등, 고부사이의 혹은 장서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 등이 그 원인이다.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고부사이나 장서사이의 갈등,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 어른들로부터의 잔소리는 쉽게 부부사이의 갈등으로 번져 '명절이혼'을 결심하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초 대법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절직후 이혼소송을 제기하거나 협의이혼을 신청하는 건수가 매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이혼의 경우 소송을 통한 이혼보다 협의이혼의 비중이 더 큰 편이다. 재판상이혼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사실상의 폭행이 있었거나, 오랜 기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모욕이나 괴롭힘 등 배우자나 그 가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을 당사자가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하는데, 일반적인 명절스트레스만으로는 재판상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정 이혼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남성들 또한 명절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명절스트레스가 주로 시월드의 시집살이로 인해 고통을 받아야 했던 여성의 몫이었다면, 최근에는 처월드와 처가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때문에 '명절이혼'을 결심하는 쪽도 여성에 한정되지 않고 남성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에 가족사이의 오해나 갈등으로 부부사이에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은 후에 큰 후회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예민하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부사이의 진실한 감정들을 나누는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A와 B는 서로 간에 협의하여 이혼을 신청하거나 법정 이혼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상이혼을 청구해 부부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재판상이혼을 고려하는 경우 상대 배우자나 그의 가족들로부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폭언,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음을 입증해야 하므로 그와 관련된 사진이나 진단서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명절스트레스로 발생한 부부사이의 갈등은 이혼이 아닌 제3자와의 상담이나 부부사이의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혼을 신청하기 전 부부사이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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