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의견 불일치” 트윗해고

대북기조 유연화될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북강경 ‘수퍼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3월 22일 임명돼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약 1년 6개월 만의 불명예 하차다.

내주 임명될 네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더글러스 맥그리거 폭스뉴스 안보평론가 등이 거명되고 있다.

‘전쟁광’으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그의 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국무부 라인으로 ‘힘의 균형추’가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한층 유연한 대북노선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9월 하순 미국과의 협상 용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으로 북미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시간표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 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질 배경과 관련,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이날 오전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봉직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존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이미 어제 밤 대통령에게 사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오늘 아침 이야기하자고 했다”면서 해고 경질이 아니라 사임이라는 주장을 폈다.

AP통신은 볼턴 보좌관이 이날 오후 폼페이오 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동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공지가 된 상태였던 만큼, 그의 경질은 백악관 내 많은 인사들에게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 경질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그의 해임설은 ‘패싱 논란’으로 대변되는 위상 약화설과 맞물려 수개월 전부터 심심치 않게 고개를 들어왔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주요 대외정책에 있어 초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에 걸쳐 파열음을 빚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던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수행하지 않고 몽골로 직행하면서 ‘패싱 논란’이 불거지는 등 대북정책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고, 그 이후 위상약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볼턴 보좌관이 매사안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 시도한 것은 물론 최고 지휘부안에서도 그와 긴장관계를 보여 온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분노를 표시해 전격 경질된 것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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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